세례 요한의 피 서린 철옹성
사해 건너로 유대 지역이 훤하게 건네다 보이는 요단 동편에 최고의 요새가 하나 있다. 마케루스란 곳이다. 이곳은 헤롯의 생일잔치가 열렸던 곳이자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춤으로 헤롯을 기쁘게 한 대가로 세례 요한이 목 베임을 당한 곳이다.
마케루스는 하스모니안 왕 알레산더 야나이가 처음으로 요새화(BC 103∼76)해 그의 보물을 저장하는 금고로 사용했다. 헤롯 왕은 맑은 날이면 온 유대 땅이 눈에 들어오는 좋은 전망에 천연의 온천까지 겸한 이곳을 그의 여름 궁전으로 재건해 아들 헤롯안티파스까지 사용하게 했다.
마케루스는 지형적인 특성으로 새달의 시작이나 주요 절기의 시작을 알리는 봉화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유대전쟁 때(BC 56∼57)는 젤롯당의 저항기지가 되어 예루살렘 함락 후에도 끝까지 저항했던 최고의 요새 중 하나였다. 로마의 정치가 플리니우스는 유대 땅에서 예루살렘에 다음 가는 가장 강력한 요새로 묘사하기도 했다.
마케루스가 우리의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세례 요한의 참수 장소라는 것이다. 헤롯이 이복동생 헤롯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아내로 맞이하자 이를 비판하는 세례 요한을 감옥에 잡아가두었다. 헤롯의 생일잔치가 열리는 날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춤을 멋지게 추었다. 세례 요한은 헤롯의 흥겨움의 대가로 이날 참수를 당했다.
“마침 헤롯의 생일을 당하여 헤로디아의 딸이 연석 가운데서 춤을 추어 헤롯을 기쁘게 하니…헤롯이 맹세로 그에게 무엇이든지 달라는 대로 주겠다 허락하거늘…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담아 여기서 내게 주소서 하니…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옥에서 목 베어 그 머리를 소반에 담아다가 그 여아에게 주니…”(마 14:6∼11)
200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마케루스에서 헤롯의 궁전 터와 요새의 흔적들, 그리고 참수 당시 세례 요한이 1년 가까이 갇혀 지냈던 동굴 감옥을 들여다볼 수 있다. 헤롯 당시에는 한 유대 땅이었으나 이제는 국경이 가로 놓여 요르단에서 볼 수 있다.
이강근 목사 <유대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