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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만나 Early Morning QT

칠년을 수일처럼(창 29:20)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으나,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창 29:20).

야곱은 도망자(Fugitive)였습니다. 형의 분노를 피해 떠난 길에서 그는 처음으로 기대해도 되는 미래를 만납니다. 야곱이 라헬을 처음 보았을 때, 사랑은 한순간의 설렘이 아니라 야곱의 삶을 다시 세우는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성경은 한 문장으로 그 사랑의 본질을 표현합니다.

오랜 시간인 칠 년을 성경은 ‘며칠 같이’라고 묘사합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사랑은 시간을 지우지 않지만, 시간을 다르게 살게 합니다.

1. 사랑은 시간을 ‘의미’로 바꾼다

사랑이 없으면 시간은 무게가 됩니다. 하루하루는 ‘또 하루’로 쌓이고, 반복은 곧 소진이 됩니다. 그러나 사랑이 있으면 같은 시간도 의미가 됩니다. 목적 없는 반복이 사람을 메마르게 한다면, 사랑을 품은 목적은 반복을 즐거운 헌신으로 바꿉니다. 그래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사랑의 목표가 생기면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의미가 됩니다.

야곱이 칠 년을 ‘며칠 같이’ 느낀 것은, 그 시간이 쉬웠기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그 시간은 노동의 시간이었고, 타향살이의 시간이었고, 관계의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야곱은 그 시간을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무게를 없애는 마법이 아니라, 무게를 견딜 중심을 세우는 은혜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시간을 이기려 하지 않고, 시간을 품고 건너갑니다.

2. 사랑은 ‘섬김’으로 증명된다

성경은 야곱이 ‘라반을 섬겼다’고 말합니다. ‘섬기다’(abad: 참조 출 1:13-14)는 단순한 일손 돕기가 아니라 노역에 가까운 단어입니다. 사랑은 선언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몸을 입습니다. 손에 굳은 살이 박이고, 땀이 흐를 때에 사랑은 진짜가 됩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감정의 높낮이로 판단합니다. 설레면 사랑, 무덤덤하면 사랑이 끝난 것처럼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훨씬 단단합니다. 사랑은 오늘도 그 사람을 위하여 무엇을 감당하는가로 드러납니다. 말이 아니라 성실한 지속입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가 또 하나 드러납니다.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상대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방향’으로 나갑니다. 이 흐름이 바로 복음의 그림자입니다.

3. 기다림,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야곱의 칠 년은 라헬을 얻기 위한 기다림이었습니다. 동시에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성숙하기 위한 기다림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단숨에 완성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우리 삶 속에 감내해야만 하는 시간을 남겨 두심으로, 사랑이 얕은 욕망인지 깊은 헌신인지 드러내십니다.

야곱의 사랑은 라헬이라는 여인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의 이야기에는 곧 상처도 따라옵니다. 라반의 속임수, 레아와 라헬의 긴장, 경쟁과 질투, 가정의 균열이 이어집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깨어지는 현실 속에서도 사랑이 자기 길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됩니다. 야곱은 사랑 때문에 칠 년을 수일처럼 섬겼습니다. 예수님은 사랑 때문에 인간의 자리로 내려오셨고, 종의 형체를 취하셨으며, 끝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빌 2:6-8). 야곱의 칠 년이 “사랑이 시간을 감내하는 방식”이라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사랑이 십자가라는 고통을 통과해 생명을 낳는 방식”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자를 위해 기꺼이 시간도 마음도 몸도 내어줄 수 있다는 강력한 자기 표현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칠 년’이 있습니다. 돌봄의 시간, 회복의 시간, 관계를 다시 세우는 시간, 교회를 섬기는 시간, 일터에서 수고하는 시간. 그 시간이 며칠 같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사랑이 있는 사람은 압니다. 시간이 길어도, 사랑은 그 시간을 헛되게 두지 않는다는 것을. 주님은 우리에게 완벽한 감정을 요구하시지 않습니다. 대신 사랑의 방향을 붙들고 하루를 살아내라고 부르십니다. 그렇게 살아낸 시간이 모여, 어느 날 사랑의 서사(내러티브)가 우리 삶에 아름답게 결실을 맺는 것입니다.

기도

사랑의 하나님,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던 그 사랑의 힘을 우리 마음에도 부어 주소서.
야곱처럼 우리도 사랑의 시간을 선물로 드리게 하소서.

사랑 때문에 기다림의 시간이 은혜의 현장이 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감정이 식을 때에도 섬김을 멈추지 않는 신실한 사랑을 주소서.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 발견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십자가의 사랑에 따라, 우리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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