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18)
3월 4일 월요일
이사야 Isaiah 42:1-8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일본의 작은 섬에서 민영 우체국을 운영하는 청년의 사연입니다. 자영업이기에 매달 적자를 면할 길이 없습니다. 원체 섬 주민 숫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주문한 생필품을 육지로부터 운반해주는 택배 업무도 겸해보지만 궁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와중에 섬 주민이 외지로 보내는 소포를 자기 돈을 써가며 더 튼튼하게 포장해 줍니다.
트럭에 실어 배로 운반할 때도 화물에 손상이 안 가게 담요 같은 것으로 둘러쌉니다. 주민들에겐 단순한 화물이 아니라 정성과 사랑이 담긴 귀중한 선물이라 소홀히 다룰 수가 없습니다.
또 주민의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집안에까지 일일이 들어가 화물을 픽업하거나 배달해 주었습니다. 당장 문 닫고 떠나버리면 그만일 텐데 그는 일을 놓치 않습니다.
한창 혈기왕성한 청년은 그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우체국마저 없어지면 가뜩이나 외로운 노인들의 외부 접촉이 완전 끊기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유일한 기쁨은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온 편지, 소포, 물건들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그 옛날 고달픈 훈련소 시절에 군인들이 받던 ‘위문 편지’ 같았습니다.
물건들을 배달해 줄 때 반가워서 활짝 웃는 노인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어느덧 청년에게 진정한 보람과 기쁨이 되었습니다. 이런 기쁨마저 그들에게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청년의 모습에 자신의 부귀영화는 안중에 없었습니다. 오직 주변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사는 삶의 모습만 보였습니다. 프로그램은 청년이 혼자 있을 때의 삶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아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외로움과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서 노래를 부르진 않았을까? 성경의 여러 시편들이 주로 그런 노래들입니다. 외로움을 노래로 하나님께 토로한 것입니다.
이사야서에도 그런 노래들이 4편이나 등장합니다. 소위 ‘종의 노래’라고 명명된 노래들입니다. 42장의 1-7절, 49장의 1-6절, 50장의 4-9절, 그리고 그 유명한 53장에 기록된 ‘메시야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들을 부르며 묵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솟습니다. 그분의 성품이나 삶의 방식이 세상과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살지 못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아립니다.
첫번째 종의 노래에 해당하는 오늘 말씀 가운데 처음 네 구절은 마태복음에 그대로 인용되어 이사야가 예언했던 분이 바로 예수님이심을 증언합니다. 이어서 종의 성품에 대한 묘사가 나옵니다.
“그는 외치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도 않으셨습니다“(2). ‘외친다’는 말은 상관이 부하에게 ‘하대하듯’ 벼락처럼 소리친다는 뜻입니다.
주님은 그렇게 사람들을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조용함과 고요함으로 대하셨습니다. 소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세상의 속설과는 전혀 다르셨습니다.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셨습니다“(3). 꺾이는 갈대나 꺼져가는 등불을 다룰 때, 얼마나 조심히 부드럽게 다루어야 합니까?
조그만 섬에 남은 노인들을 대한 청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구절입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마음입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십니다. ”내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게 배우라.”
그리고 “쇠하지도 낙담하지도 않으시고, 세상에 공의를 세우십니다.” 언제나 공정하고 의로우시고 진리에 대해 신실하신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이것이 첫번째 ‘종의 노래’입니다.
“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에 이르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사 42:4)
세상이(섬이) 그 교훈을 바라보고 따르도록 한 이사야의 종에 대한 노래이며, 오실 예수에 대한 예언의 노래입니다. 첫번째 종의 노래의 타이틀을 하나님께서는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라고 붙이십니다.
‘기뻐하다’는 히브리 단어로 ‘라체타’인데 ’받아들이다’란 뜻입니다. 레위기에 기록된 제사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제물을 기쁘게 받으신다는 의미로 쓰여졌습니다.
하나님 앞에 ‘거룩하고 흠 없이 드려진 제물’을 상징합니다. 세례요한은 이를 깨달았기에 예수님을 바라보며,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고 말씀합니다.
이를 확증하신 것이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들려주신 하늘의 소리입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사순절에 우리를 위해 자신을 버리신 우리 주님의 모습입니다.
오늘은 고형원 형제가 작곡하고
이광희선교사께서 부르신 곡을 부르며
사순절 셋째 주간을 시작하기 원합니다.
오 예수님 내가 옵니다
못박히신 십자가앞에
그 큰 사랑 눈물에 겨워
울며울며 돌아옵니다
주님 손과 발 못박혔고
머리엔 가시관 박히셨네
내 모든 죄와 허물 위해
말없이 피흘려 주셨네
오 예수님 나의 손잡고 이제부터 영원까지
내 구주가 되옵소서
“오 예수님 내가 옵니다”
(Oh, My Lord Jesus, I am c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