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회향, 근채.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의 외식적인 행태를 꾸짖으시면서 언급하신 세 가지 식물이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마23:23)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외식을 책망하시며 왜 이 세 식물을 말씀하셨을까? 예루살렘재래시장에 나가 이 세 식물을 구입해 봤다. 박하 한단, 회향 한단을 집어드니 각각 2세겔 씩이란다. 우리 돈으로 7백 원 가량이며 여기 물가에 비하면 정말 싼 가격이다. 향료집에 근채는 기본 구비 품목으로 100g에 10세겔, 3,500원이다. 200g을 구입했다. 참 신기한 것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성지의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식재료였다.
성경에는 128가지의 채소가 언급된다. 히브리어로는 ‘즈라임, 예라코트, 오로트’ 등 세 종류의 단어를 사용한다. 즈라임은 ‘씨뿌리다’라는 뜻으로 밭에 씨를 뿌려 재배된 채소란 뜻이다. 다니엘과 세 친구들이 요구한 채식은 바로 밭에서 씨뿌려 재배한 채소를 말하는 즈라임이고(단1:12,16). 예라코트는 ‘들의 녹색’이란 뜻으로 들에서 자라난 야생채소를 말한다. 오로트는 엘리사의 제자들이 뜯어다 국을 끓인 나물 종류다.
성경의 채소 중 예수님이 언급하신 세 가지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싸고, 가장 흔하게 먹는 식재료이다. 맛은 어떨까? 집에 가져와 박하와 회향을 상추와 함께 썰어넣고 그 위에 근채 씨를 뿌렸다.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씹어보니 입안이 화하며 엄청 자극적이다. 한국인의 입맛은 아니다. 결국 된장찌개로 급 메뉴를 바꾸어 입 안을 달랬다. 이건 야채샐러드나 요리에 약간씩만 넣는 향료(허브)다. 성지에서 먹는 대부분의 음식과 요리에 넣는 양념재료였다. 마치 우리의 마늘과 파 같은 것이다.
박하와 회향과 근채는 샐러드와 수프 그리고 각종 육류와 생선요리에 가장 많이 쓰이는 향신료로 20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애용하는 식재료다. 예수님은 흔하고 값어치 없는 것의 십일조는 드려 십일조를 잘하는 것처럼 보여주면서, 그 보다 더 중한 하나님 앞에 의로운 것은 소홀히 하는 바리새인들을 꾸짖으신 것이다.
영어로 민트(Mint)인 박하를 현지에서는 나아나(Nana)라고 부른다. 주로 샐러드나 차에 살짝 넣어 향을 풍기며 먹는다. 성지의 신토불이 차 두개를 꼽으라면 당연 나아나(박하/민트)와 마르미에다. 찻집에서 차를 주문하면 ‘나아나를 넣을까요 마르미에를 넣을까요’를 묻는다.
회향은 원래 회향이란 이름을 가진 식물 따로 있고, 예수님이 언급하신 회향은 원래가 ‘시라’다. 예수님의 회향은 히브리어로 쉐베트, 영어로 딜(Dill) 그리고 한국어로는 시라다. 애초에 중국어 성경에서 회향으로 번역되어 한글성경에도 회향으로 오역된 것이다. 성경의 회향(본래명은 시라)은 일년초와 다년생이 있다. 일년초는 히브리어로 쉐베트, 영어로는 딜(Dill), 다년생은 히브리어로 슈마르, 영어로는 펜넬(Fennel)이다.
영어로 큐민(Cummin/Kammon)인 근채는 소회향이라고도 하며, 잘 알려진 향이다. 모양은 회향과 유사하나 작다는 이유로 소회향이라 부른다. 재배하기에 십일조의 대상이다. 참고로 야생은 십일조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대로부터 성경의 땅에 육류요리의 향신료로 가장 많이 쓰인다. 3500년 전 파피루스에 기록된 800여 종의 약초 중에도 들어있다하니 단순히 향 뿐만이 아닌 약초로도 쓰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이 언급하신 박하 회향 근채는 단순히 값이 저렴할 뿐이지 그 맛과 효능은 수 천년 간 증명되어온 신의 선물이다. 예수님이 주신 세 식물의 교훈은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고, 그 맛은 몸을 이롭게 하는 치유의 식물이라는 것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유대학연구소 소장
영상 보기 : https://youtu.be/8Jg3SwWGE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