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3대 역사서인 사무엘, 열왕기, 역대기서는 모두 이스라엘 왕국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열왕기서와 역대기서는 하나님의 언약의 정통성을 지니고 있던 남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하고 그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감으로써 이스라엘이 멸망당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 이어지는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서는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귀환한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에스라서는 역대기를 기록한 에스라에 의해 기록된 책으로서 BC 537년 이스라엘 백성들의 1차 포로귀환 때부터 BC 444년 3차 포로귀환 직전까지의 이스라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예루살렘 성전 재건과 에스라의 신앙 개혁을 중심으로 한 선민 이스라엘의 회복과 재건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기록한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비록 세속 왕국으로서의 이스라엘은 멸망하였지만, 민족으로서의 이스라엘은 망하지 않고 보존된다는 선민 역사의 영속성을 보여주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 택한 백성은 절대로 망하지 않고 보존된다는 구원 역사의 연속성을 강조하는데 있습니다.
B.C. 722년 북이스라엘을 정복한 앗수르 제국의 식민 정책은 식민지 국가의 백성들을 제국 내의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하여 다른 민족과 혼합시킴으로써 그 국가의 존재 자체를 말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식민 정책은 앗수르 제국을 무너뜨리고 근동의 새로운 패자가 된 바벨론 제국에 의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남유다의 백성들은 B.C. 605년 처음 바벨론의 침공을 당하여 1차 포로로 잡혀간 이래 B.C. 586년 예루살렘이 함락되어 완전히 멸망하기까지 3차에 걸쳐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그러나 바벨론 제국에 이어 근동 지역의 새로운 패자로 등장한 바사 곧 페르시아 제국의 식민 정책은 앗수르나 바벨론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은 식민지 국가들에 대하여 강제 이주와 같은 억압 정책 대신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정치적, 종교적 자유와 자치를 허용하는 관용 정책을 취했습니다. 그리하여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갈 때와 마찬가지로 3차에 걸쳐 이스라엘 땅으로 귀환했습니다.
바사왕 고레스가 실제 역사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이미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대영박물관에 가보면, 고레스 왕의 업적을 기록해둔 ‘기념비’ 같은 것이 있는데, 여기서 당시 고레스 왕이 여러 민족들을 해방시켜 각자 자기의 나라로 돌려보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역사 학자들은 이 사건을 두고 유대인들에게만 특별대우를 해 준 게 아니고, 그 당시 고레스 왕이 취한 외교정책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에스라 선지자는 고레스 왕이 취한 외교정책을 신학적 관점에서, 즉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레스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가 취한 외교정책의 결과이기 이전에 하나님께서 고레스 왕의 마음을 움직이셨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사람들과 바로 이 점에서 구별됩니다. 역사를 단순한 인과관계로만 이해하려고 하는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역사를 하나님의 섭리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1절입니다.
“바사 왕 고레스 원년에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을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시려고 바사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 그가 온 나라에 공포도 하고 조서도 내려 이르되”
에스라는 바사 왕 고레스 원년에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을 통해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시려고 바사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켰다고 설명합니다. 예레미야의 입을 통해 하신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로 잡혀가겠으나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고레스 왕이 이전 두 제국의 통치자들과 달리 피정복민에 대하여 관용정책을 취하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움직이신 결과였습니다. 고레스 왕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관용정책을 시행하였지만, 그러한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한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사실 고레스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할 것과 그에 의해 이스라엘이 해방될 것은 이미 그가 바사 제국의 왕이 되기 160년 전에 이사야 선지자에 의해 예언된 일입니다.
이사야 44장 28절입니다.
“고레스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내 목자라 그가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 하며 예루살렘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중건되리라 하며 성전에 대하여는 네 기초가 놓여지리라 하는 자니라”
이사야 선지자는 고레스의 이름까지도 분명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바로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가 되신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역사가 부와 권력을 가진 몇몇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잠언 16장 9절입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인간의 모든 마음의 생각과 계획까지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다고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자들이 바로 신앙인입니다. 때때로 인간의 생각과 판단에 비추어 인정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듯 우리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 세상 역사는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아침, 우리가 기억하고 묵상해야 할 말씀은 이 세상 역사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뿐만아니라 하나님께서 모든 역사의 주인이 되시기에 그 분의 말씀과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행복이며 참 기쁨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도
이 세상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미약한 존재인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지 못해 하루 하루 일희일비 하며 살아갑니다.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한낮 미물에 지나지 않음을 기억하게 하시고, 그 분의 섭리와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해 주옵소서. 그럴 때만 후회없는 인생, 의미있고 가치있는 인생을 살게 됨을 잊지 않게 해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역사서(사무엘, 열왕기, 역대기)가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2.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하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어떤 분이란 생각이 드십니까?
3. 고레스가 이 땅에 등장하기 160년 전에 이미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예언되었다는 사실이 우리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4. 세상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오늘 내 삶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어떻게 보여집니까?
(* 100주년기념교회, 이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