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 루트를 따라 시나이 반도에서 가나안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아카바만이 있고 이곳에 아름다운 섬 하나가 있다. 길이가 400여m 되는 조그만 섬으로 이집트 이스라엘 국경 타바 11㎞ 지점이다. 시나이 반도의 뜨거운 태양과 돌산의 무미한 광야를 벗어날 즈음에 마주치는 파란 홍해가의 섬이다. 섬 전체가 잘 지어진 하나의 거대한 성채로 12세기 십자군 시대의 성터 위에 살라딘이 1182년에 지금의 요새로 증축했다. 현지인들은 이 섬을 ‘게지랏트 파라윤’ 즉 ‘바로의 섬’이라 부른다.
이 섬이 중요한 것은 에시온게벨 추정지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원래 가장 유려한 에시온게벨 추정지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 근처인 ‘텔엘칼리파’(칼리프들의 언덕)로 솔로몬 당시 구리 제련소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추정지가 바로 이 ‘바로의 섬’이다.
성경에서 에시온게벨은 출애굽 여정 때 이스라엘 백성이 진을 쳤던 지역이다. “아브로나에서 발행해 에시온게벨에 진쳤고”(민33:35). 그리고 다윗 때에 에돔인들이 살고 있던 이 지역을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손에 넣었다. 이후 솔로몬은 에시온게벨에 조선소와 항구를 건설해 당대 최고의 국제 무역항으로 발전시켰다.
솔로몬은 인근의 팀나 구리 광산에서 얻은 구리를 아프리카 지역에 수출하고 그 대가로 금이나 은을 가져왔다. 당시 솔로몬이 오빌이라는 곳으로부터 가져온 금의 양은 420달란트라고 기록되어 있다. 1달란트가 34㎏ 정도로 약 14.3t이나 되는 양이다. 당대 최고의 지혜의 왕으로 소문난 솔로몬을 만나기 위해 스바 여왕이 타고 온 배가 도착한 항구이기도 하다.
에시온게벨이란 이름은 사람의 ‘척추’란 뜻이다. 사람은 척추가 없으면 몸을 서게 할 수 없듯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는 존재임을 되새겨 본다.
이의수 목사<유대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