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이며 사상가, 시인, 법학자로서 유명한 에머슨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어느 날 오후, 에머슨은 책을 보고 있는 아버지에게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아빠 ! 좀 도와주세요. 송아지가 말을 안 들어요.”
아버지가 쳐다보니 아들이 송아지하고 씨름하는지 끙끙 대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 에머슨이 송아지를 외양간으로 넣으려고 애썼지만 송아지는 막무가내로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일어나 아들 곁으로 다가가 고삐를 힘껏 당겨 보았다. 그러나 송아지는 꿈적도 하지 않고 오히려 도리질을 쳤다.
혼자는 할 수 없어서 아버지가 말했다.
“에머슨 ! 네가 뒤에서 밀어보렴,
아빠는 앞에서 잡아당길게.”
에머슨이 뒤에서 밀고 아버지는 앞에서 다시 당겨보았지만 송아지는 앞발로 버티며 기를 쓰고 나아가질 않으려 했다. 부자는 지쳐 힘이 빠지는데 오히려 송아지는 난폭해져만 가고 있었다.
에머슨과 아버지는 송아지를 원망하며 기진맥진하여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던 나이 많은 하녀가
달려 나오더니 자신의 손가락 하나를 송아지 입에 살며시 물려주는 것이었다.
부자는 의아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토록 난폭해하며 따라오지 않으려 버티던 송아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젖을 빨듯이 하녀의 손가락을 빨기 시작하면서 온순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녀는 손가락을 송아지에게 물린 채로 뒷걸음질치면서 외양간으로 향했다. 송아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외양간으로 들어갔다.
부자지간에 힘을 합해 외양간에 몰아 넣으려 했던 것을 하녀 혼자서, 힘도 안 들이고 해낸 광경을 보고 어린 에머슨은 큰 감명을 받았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부자를 향해 늙은 하녀는 웃으며 말했다.
“억지로 송아지를 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사랑하는 인자한 마음처럼
부드럽게 마음을 열고 이끌어 주어야 하지요.”
후에 에머슨은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때 나는 알았다. 무력이 진정한 힘이 아니라 사랑과 온유가 더 큰 힘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