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상징함과 동시에 기독교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십자가형(Crucifixion)은 신앗시리아, 페니키아, 페르시아 제국의 사형 방법이었고 로마가 이것을 계승했다. 십자가형은 반인륜적 고통으로 인해 로마인들에게는 금지됐지만 식민지인들에게 공포심을 극대화시켜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 예루살렘을 함락한(AD 70) 티투스 장군은 유대 독립전쟁을 진압하기 위해 매일 500명을 십자가형에 처했으며 그로 인해 십자가를 세울 공간과 십자가 형틀을 제작할 나무를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혹독한 박해를 이겨낸 후 십자가는 죄인을 처형하는 사형 틀이 아니라 은혜와 승리의 상징으로 정착됐다.
십자가와 함께 기독교를 상징하는 것은 물고기(익투스) 표시이다. 흔히 그리스도인들은 자동차 룸미러에 십자가를 걸고, 자동차 뒷면에는 물고기 모양의 익투스를 붙인다. 익투스(ΙΧΘΥΣ)는 예수(Ιησου ) 그리스도(Χριστο ) 하나님의(Θεου) 아들(Υιο ) 구세주(Σωτηρ)라는 말의 앞글자만 따온 것인데, 물고기라는 헬라어 단어와 일치한다. 익투스가 기독교의 상징이 된 것은 십자가 만큼이나 고난과 박해의 역사를 이겨낸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까지 기독교인들은 혹독한 박해를 겪었다. 박해를 피해 카타콤 같은 지하 공동묘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기도 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땅에 물고기 모양을 그렸다. 그리고 상대방이 물고기 그림으로 화답할 때 비로소 믿음의 대화를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믿음의 형제들에게 알리기 위한 암호와 표식으로 물고기 모형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과거 비인간적인 사형 틀이었지만, 십자가는 대중화되어 있다. 익투스 또한 많은 기독교인에게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기독교의 표식과 상징이 초대교회 성도들의 목숨을 건 신앙고백이라는 것과 그것의 정확한 의미, 뜻을 알지 못하면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윤 목사(영국 버밍엄대 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