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과 개신교는 직분과 제도뿐 아니라 예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예식적인 면에서는 특히 기도에서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개신교에는 믿음의 고백인 사도신경과 기도문으로는 주기도문뿐이다. 하지만 가톨릭은 사도신경 외에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있고 다수의 기도문이 있다. 유대교의 기도는 자신의 필요와 요구를 하나님께 직접 아뢰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도문을 외우고 낭독하는 것이었다. 이런 기도문들을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큰 소리로 회당과 광장에서 읊었고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외식적인 기도라고 지적하셨다.(마 6:5)
이런 유대 전통에 익숙했던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요한에게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고 요한도 그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쳤다. 이것을 전해 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예수께서 한 곳에서 기도하시고 마치시매 제자 중 하나가 여짜오되 주여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것과 같이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옵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렇게 하라….”(눅 11:1~2).
주기도문은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의 줄임말로 마태복음(6:9~13)과 누가복음(11:1~4)에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께서 외식적인 기도를 질타하셨으므로 주기도문이 유대교인의 기도문처럼 외우는 것으로 취급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취급되도록 유도하는 말이 “주기도문 외우심으로 예배를 마치겠습니다”이다. 간혹 모임을 인도하는 분이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주기도문을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말씀하신 주체가 예수님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즉 인도자가 모인 사람들에게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한다면, 대화의 주체이신 예수님이 본인이 되는 오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부가적인 것을 덧붙이지 말고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 혹은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상윤 목사(영국 버밍엄대 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