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양한 축제를 만들어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전국적으로 1만7000~1만8000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교회도 많은 행사와 다양한 이름의 ‘축제’를 열고 있다.
부흥회를 ‘성령축제’라고 하기도 하고, 새신자를 위한 ‘새생명축제’도 많은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축제(祝祭)’는 영어를 일본식 한자로 번역해 탄생한 단어이다. 개화기 이후 일본의 지식인들은 서구의 새로운 문물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였고, 영어를 일본어에 마구 끼워 넣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 가운데 서구 사회의 페스티벌(festival)을 자신들의 춤추고, 노래하고, 즐기던 지역 제사들에 접목시킨 것이 축제이다. 축제는 ‘축원제사(祝願祭祀)’를 줄인 일본식 한자이다. ‘축하하고 제사 지냄’이라는 ‘축제’의 한자적인 의미가 말해 주듯, 일본의 모든 축제는 제사와 관련있다. 일본의 다신교 사상의 영향으로 제사가 없으면 축제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일본의 잔재로 많은 지자체가 성공을 기원하며 먼저 제사를 지내고 축제를 시작한다. 기독교 대학을 제외한 수많은 대학들이 축제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통을 따른다며 제사를 지낸다. 오래전에 번역된 성경에서는 ‘축제’라는 단어를 볼 수 있지만 최근 다시 개정된 성경에서는 ‘축제’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새번역’과 ‘공동번역’은 각각 13회, 57회 ‘축제’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개역한글’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사용되고 있지 않다.
축제라는 말 대신 쓸 수 있는, 순수한 우리나라 말이기도 하고 기독교적인 의미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용어가 ‘잔치’다. 잔치의 사전적 의미는 ‘기쁜 일이 있을 때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이다. 우리말의 적극적인 사용과 비기독교적인 단어를 근절하기 위해 ‘축제’ 대신 ‘잔치’라는 말의 사용이 필요하다. 교회 행사도 ‘성령축제’보다는 ‘성령잔치’로, ‘새생명축제’보다는 ‘새생명잔치’로 고쳐쓰는 게 바람직하다.
이상윤 목사(한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