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메시지로 전하는 우리 언어에 대한 ‘서릿발 비판’
이 책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차별과 비민주적 표현을 담은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득하다고 강하게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언어 표현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가 은연중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지배한다고 지적한다. 이 지점이 저자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계기가 된다. 민주적이고 아름다운 가치를 담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는 언어는 매우 위험하고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낡고 차별적인’ 뜻이 강한 언어임에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상 언어로 쓰이고 있는 우리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오랜 기간 대통령 뒤에 붙었던 ‘각하’라는 경칭은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 같았던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사실 봉건 신분사회의 귀족 호칭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천명한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단어다. 각하가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봉건 시대처럼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자는 반민주적 가치이다. 저자는 ‘대통령’ 이라는 단어 역시 헌법이 명시하는 민주적 가치를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는 이 언어 표현은 ‘국민을 주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봉건군주제의 왕처럼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해도 된다는 인식을 사실상 강제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