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이 현실의 벽에 부딪힐때
(출 6:1-12)
“이스라엘 자손도 내 말을 듣지 아니하였거든 바로가 어찌 들으리이까? 나는 입이 둔한 자니이다.” (출 6:12)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내 말이 닿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낙심하게 됩니다. 출애굽기 6장 10-12절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가라”고 하시고, 모세는 “못하겠다”고 대꾸합니다. 이것은 소명이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 하나님이 어떻게 다시 세우시는가를 보여주는 영적 진실입니다.
“이스라엘 자손도 내 말을 듣지 아니하였거든 바로가 어찌 들으리이까? 나는 입이 둔한 자니이다.” (출 6:12)
1. 듣지 않는 현실 — 두 종류의 귀
모세는 이미 실패했습니다. 그의 낙심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입니다. 그는 “이스라엘도 듣지 않는데 바로가 듣겠는가”라고 질문합니다. 이 말은 감정적인 푸념이 아니라 현실적 판단입니다. 이스라엘은 ‘마음의 상함과 가혹한 노역’ 때문에 모세의 말을 듣기를 거부했습니다(출 6:9).
고통은 사람의 귀를 닫게 합니다. 오랜 억압은 공동체 전체를 위축시킵니다. 영혼이 지쳐 있을 때, 귀는 막힙니다. 이것은 집단적 트라우마로 학습된 무기력입니다.
그러나 바로의 듣지 않음은 성격이 다릅니다. 바로는 권력의 완고함 때문에 거절합니다. 하나는 상처난 귀이고, 다른 하나는 닫힌 귀입니다. 모세는 이 둘 사이에 서 있습니다.이것이 소명자의 자리인 것입니다. 소명자는 상처 입은 공동체와 완고한 권력 사이에서 말씀을 붙드는 사람입니다. 소명은 종종 이런 역설을 통과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닫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은 더 뚜렷해집니다.
2. “할례받지 않은 입술” — 존재 전체의 위축
모세의 탄식 속에는 거절당한 기억, 실패의 경험, 그리고 다시 상처받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있습니다. 좌절의 경험이 예언이 되는 순간, 소명은 멈춥니다. 모세는 자신을 “나는 입이 둔한 자”, 직역하면 “할례받지 않은 입술”이라 규정합니다.
예레미야는 ‘할례받지 않은 귀’(렘 6:10)와 ‘할례받지 않은 마음’(렘 9:26)을 꾸짖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스데반은 ‘할례받지 않은 마음과 귀’(행 7:51)를 가진 자들을 책망합니다. 할례는 언약의 표지입니다. 모세는 자기 입술을 언약의 도구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언어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존재 전체의 위축인 것입니다. 모세는 “나는 이미 지쳤다”고 탄식합니다. 마음이 닫히면 귀가 막히고, 입술도 열리질 않습니다.
3. “그럼에도 가라” — 언약의 명령이 역사를 만든다
하나님은 소명을 철회하지 않으십니다. 출애굽기 6장은 “나는 여호와라”는 언약의 선언으로 가득합니다(2, 6, 7, 8절). 하나님의 자기계시의 절정을 이룹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설득력을 키우기보다, 자신의 신실하심을 먼저 반복하십니다. 우리는 흔히 ‘쓸 만해진 뒤’ 부르심이 확정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말합니다. 부르심이 먼저 확정되고 사람이 그 부르심 안에서 새로워집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입술이 유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십니다. 먼저 “바로에게 가라”고 말씀하시고, 그 말씀으로 모세를 붙드십니다. 그래서 모세의 연약함은 하나님의 영광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배경이 됩니다.
출애굽기 6장 10-12절은 낙심의 본문이면서 동시에 소망의 본문입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입술을 먼저 고치시기보다, 그의 두려움 속에 먼저 함께하셨습니다. 그 함께하심(임마누엘)이 모세를 다시 세웠고, 결국 역사를 움직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심정도 비슷합니다. “이스라엘도 안 듣는데…”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그럼에도 가라“. 소명은 자기 확신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함께하심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함께하심의 이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모세가 “나는 입이 둔하다”며 물러서려 했던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드러내신 분으로 오셨습니다. 요한복음은 선포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요 1:14)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이십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할례받지 않은 입술’을 지닌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를 부르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함께하니, 너는 가라!”
사랑의 하나님,
듣지 않는 현실 앞에서 쉽게 낙심하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가능성이 아니라 주님의 약속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소서.
할례받지 않은 입술로 주님의 은혜를 찬양하기 원합니다.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과 함께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드러내게 하소서.
오늘도 임마누엘이신 예수님과 함께
우리의 입술과 삶이 복음의 증언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By JuChul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