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와 루소
‘이삭 줍는 여인들’, ‘만종’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J.F.Millet)는 무명 화가 시절 무척 가난했습니다. 그의 그림은 프랑스 화단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고, 작품이 팔리지 않아 늘 가난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한 친구인 테오도르 루소(T.Rousseau)가 찾아왔습니다. 루소는 당시 프랑스 화단에서 풍경화가로서 명성을 날리던 때였습니다.
그는 밀레에게 기쁜 얼굴로 말했습니다.
“여보게, 자네의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네.”
그때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던 밀레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습니다. 루소는 돈을 꺼내며 “내가 화랑에서 자네 그림을 소개했더니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대신 좀 사달라고 해서 급히 왔다네.”
루소가 내민 돈은 300프랑으로 그 당시에는 상당히 큰 액수였습니다. 입에 풀칠 하기에도 막막했던 밀레에게 그 돈은 마치 생명줄과도 같았고, 또한 자신의 그림이 이제 인정받고 있다는 데 고무되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이후 밀레의 그림은 화단의 호평 속에 하나 둘씩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밀레도 안정된 생활 속에 그림 그리기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뒤, 경제적 여유를 찾게 된 밀레는, 친구 루소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루소의 방안에 전에 루소가 대신 사갔던 자신의 그림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한 밀레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비싼 값에 자신의 그림을 사주었던 사람이 다름 아닌 친구 루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밀레는 배려 깊은 친구의 마음을 알고 그만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이처럼 어려울 때 돕는 사람입니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주변의 다른 이들이 모두 그의 곁을 떠났을 때 가만히 다가와 손을 내미는 단 한 사람, 그가 바로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가 있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