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 명철(明哲)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테부나’(이해)입니다. ‘빈’(분간하다, 파악하다)에서 파생돼 나온 단어입니다. 테부나는 명철 외에도 “하나님의 영을 채워 주어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온갖 기술을 갖추게”(출 31:3, 이하 새번역)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지혜와 총명과 넓은 마음을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한없이 많이 주시니”(왕상 4:29)에서 총명으로 번역되고, “슬기와 이해력도 그분의 것이다”(욥 12:13)에서는 이해력으로, “지혜로 하늘을 만드신 분께 감사하여라”(시 136:5)에선 지혜, “그의 슬기는 헤아릴 수 없다”(시 147:5)에선 슬기로 번역됐습니다.
영어 성경에는 테부나를 understanding으로 번역했습니다. Stand(서다) 앞에 붙인 under는 오늘날 뜻처럼 ‘~아래에’라기 보다는 고대영어 under(~가운데, ~사이에)라고 합니다. 잘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사이에 가까이 서 있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하나님 경험과 신앙 고백이 담겼습니다. 특히 욥기 잠언 전도서는 일상을 살아가는 지혜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혜가 부르고 있지 않느냐? 명철이 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느냐? 지혜가 길가의 높은 곳과, 네거리에서 자리를 잡고 서 있다. 마을 어귀 성문 곁에서, 여러 출입문에서 외친다. 사람들아 내가 너희를 부른다. 내가 모두에게 소리를 높인다. 어수룩한 사람들아, 너희는 명철을 배워라. 미련한 사람들아, 너희는 지혜를 배워라.”(잠 8:1~5)
명철은 지혜를 동반하는 짝꿍입니다. 사이에 서서(understand) 사물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해야겠습니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