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값없이 주신 주님의 은혜 (칼 바르트)
주 우리 하나님,
저희를 높이기 위해
주님은 낮아지셨습니다.
저희를 부하게 하기 위해
주님은 가난해지셨습니다.
저희를 주님께 가게 하기 위해
주님은 저희에게 오셨습니다.
저희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기 위해
주님은 이처럼 사람이 되셨습니다.
아, 값없이 주신 은혜!
이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나이다.
이토록 놀라운 은혜로 인해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이토록 고귀한 생명을 받아
주님을 전파하렵니다.
하지만 주님, 이 모든 것
주님께서 저희 마음과 생각을 이끌지 않으시면
저희는 할 수 없나이다.
하오니 주님,
성령으로 오시어
저희가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시고
친히 그 빛을 비추소서.
칼 바르트(독일 신학자이며 목사, 1886-1968)
2)
내 등의 짐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를 못했을 겁니다
내 등에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 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보니 내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 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내 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게 하였습니다
정호승(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