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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재정(예결산 효율적 사용)

연말이 되면 교회는 이런 저런 일로 뒤숭숭하게 된다. 아니, 뒤숭숭함을 넘어 와글와글할 정도이다. 그래서 유행하는 말이 무엇인가. 12월과 1월은 ‘신자 대이동기간’이라는 것이다. 철새신자들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 무더기씩 이리 저리 옮겨가게 된다. 연말이 되면 직분자 후보를 고르는 기간인데 거기에서 떨어지면 다른 교회로 옮겨간다. “아니, 집사 십오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장로 한 자리 못 땄어?” 믿음이 얇은 신자들에게는 그런 빈정거림이 속을 박박 긁어 놓는다. 이래저래 연말을 앞둔 교회들은 시끌시끌하게 마련이다.

그런데다가 교회에도 결산을 하고 또 새해 예산을 짜는 계절이 되었다. 7월부터 회계연도를 삼기도 하지만 1월부터 시작하는 교회가 대부분 아닌가. 교회들마다 결산서를 만들고, 자체감사를 받아야 하고, 그 결산을 기초로 하여 새 해 예산안을 작성하기에 부산하다.

그래서 교회에는 일 년 중 제일 말 많은 때를 통과하고 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가 모여든다’는 성경말씀처럼 돈이 있는 곳에는 별별 말썽들이 총집결하게 된다. 실로, 예산과 결산 처리가 은혜롭게 되는 교회가 있다면 그 교회는 정말 하늘교회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특히 목회자의 사례비를 올리네 깎네 하는 일로 시비가 벌어지면 교회가 지옥 같아서 엄청 죽을 맛이다. 사표 내던지고 훌쩍 떠나고 싶을 뿐이다. 이래저래 세모에는 말이 말을 낳고 말썽이 말썽을 불러온다.

다른 의견이 있어야 더 생산적

예산안 작성의 논쟁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육비, 선교비, 시설비 등 어느 항목을 많이 올리느냐의 문제가 있다. 어떤 교회는 선교비를 절반 넘게 책정한다는데 왜 우리는 등골이 휘청하도록 돈 벌어서 목사 먹여 살리는 데만 써야 하느냐며 비판의 화살이 비오듯 한다. 그렇다고 반대파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인건비조차도 선교비일 뿐이라며 반격을 가한다. 그런가 하면 자식 하나 잘 길러보려고 미국에 왔는데 왜 교육비는 쥐 꼬리만큼만 배정하느냐고 턱을 대는 학부모들도 많다. 자녀가 없는 신자들이라고 입을 꽉 다물지 않는다. 돈만 많이 쓰면 교육이 잘 되는 것이냐고 턱을 댄다.

건축헌금은 또 어떤가. 교회당 없는 교회가 더 순수한 교회 아니냐며 건축비 항목을 아예 빼어버리자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자기 집은 대궐처럼 짓고 살면서 하나님의 집은 사글세가 된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항변한다. 그런 다툼을 보면서 성전을 돈으로 짓지 않고 말로 짓는다면 벌써 완공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수입계획이 먼저냐 아니면 지출계획이 먼저냐로 또 다툼이 생긴다. 곧 산출계입(算出計入)이냐 산입계출(算入計出)이냐의 문제다. 수입의 확실성에 맞추어 예산을 짜자고 하면 믿음 없는 짓 그만하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지출할 것을 먼저 계획하고 수입을 확장시켜 나가자고 하면 허황된 믿음 거둬 치우라고 한다. 그래서 예산 싸움은 또 믿음 싸움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런 다른 의견들이 분분한 것은 건강교회라는 증거이다. 서로 다른 견해를 받아들여 더 좋은 예산안을 집행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교회처럼 엉터리로 경영하는 단체를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일반회사가 그런 식으로 경영했다면 벌써 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교회는 여전히 잘 견디어갑니다. 그게 다 하나님께서 도우신다는 산 증거 아닙니까.” 어떤 경영학자의 논평이다.

 

문제의 끄트럭이 더 많다. 언론이 교회예산 작성에 싸움을 붙인다. 예산 제일 많은 교회가 어디냐 하고 1월초에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는 매스미디어의 관행 말이다. 재정결산 금메달교회가 되려고 규모를 은근히 부풀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예산을 아예 안 짜는 교회도 있고, 또 담임목사 부인이 모든 돈을 몽땅 손에 들고 쓰는 교회도 있다. 그리고, 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예산서를 작성해서 그대로 집행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기도하면서 응답 받은 대로 작성한 것이니까 일점일획이라도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명령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물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담임목사이시라면 어떻게 하실까. 결산을 하고, 새로운 목회연도의 예산을 작성하고, 그에 따라 재정을 집행하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셨을까. 교회가 예수님께서 피 흘려 세우신 몸이라는 점에서 너무도 당연한 질문이지만 사실 교회 구성원들은 그런 점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교회를 습관적으로 운영해 왔을 뿐이다.

1) 성경을 연구해 보면 예수님께서 이런 일에도 지침을 주셨다는 것이 놀랍도록 고맙게 된다. 우선 예산을 짜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이해하셨다. “너희 중에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예산하지 않겠느냐?”(눅14:28). <개역판>에는 유일하게 나오는 예산이라는 단어인데 <개역개정판>에는 ‘그 비용을 계산하지 않겠느냐’로 바뀌었다. 아무튼 계산이 되었건 예산이 되었건 신비하다면 제일 신비한 진리를 말씀하시는 분께서 그런 교훈을 주셨다는 사실이다.

일만 악의 뿌리가 된대서야

2) 예수님께서는 돈을 신격화하지 말도록 잘라 말씀하셨다.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하는 것처럼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도 하셨다(마6:24). 광야에서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하나님 대신 섬긴 사건을 두고 하신 말씀처럼 보인다. 하나님은 그것을 엄벌하셨다. 그리고 예수님도 예루살렘 성전 뜰의 독점사업가들과 환전상들을 채찍으로 내어 쫓으셨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서만 사용되어져야 할 성전이 특정인의 돈주머니를 위하여 악용되는 것에 대한 예수님의 거룩한 분노가 폭발한 것 아닌가. 지금도 교회의 싸움을 보면 겉으로는 교리, 신앙노선, 추종하는 지도자에 따른 것이라지만 그 속살을 보면 결국에는 재산 싸움이라는 걸 누가 모르랴. 그것이 이민교회에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그래서 성경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6:10)라고 무섭게 경고하고 있다.

3) 그러나 돈이 수단이라고 해서 가볍게 볼 것은 아니라고 예수님은 가르치셨다. 돈은 하나님의 일을 실현하기 위하여서나 사람이 생존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돈 자체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지만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신 귀중한 선물이다.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는 말씀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달란트나 므나의 비유에서 결사적으로 돈벌이를 하라고 촉구하셨다(마6:19-21; 마25:14-30; 눅19:11-27). 그리고 열두 제자들에게 어떤 직분을 공식으로 맡기신 일은 없으나 유일하게 가룟 유다에게 재정 관리를 맡기셨다.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4) 예수님께서는 재물을 되도록 많이 하나님께 드리라고 강조하셨다.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하셨고 (마6:20), 십일조를 바르게 드리라고 하셨다(마23:23). 어떤 홀모가 생활비 전부인 두 렙돈 헌금하는 것을 대단하게 칭찬하심으로 헌금의 수학적 액수보다는 생명을 제단에 드리는 믿음을 격려하셨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롬12:1)는 말씀은 돈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드리라는 뜻으로 요약된다.

생명의 구원을 위한 예산

5) 예수님께서는 청지기 정신으로 재물을 관리하도록 가르치셨다. 다른 종교에서는 무소유를 주장하지만 성경은 그것보다 ‘함생소유’를 지침으로 주셨다. 무소유는 자칫 무책임을 동반할 수 있지 않은가. 하나님과 우리가 함께 소유하고 성경의 지침에 따라 성도들이 함께 관리한다는 정신이 바로 청지기 신앙이다.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종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줄 자가 누구냐(눅12:42)” 라고 하신 말씀대로 재정관리를 지혜롭고 충성스럽게 해야 한다. 허지만 교회에서도 재정의 낭비가 심하고 ‘하나님의 소유를 자기 호주머니 돈이나 되듯이’ 마구잡이로 쓰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재판비용에 나간 것이 얼마나 큰 액수인가 어림짐작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는가. 참 담임목사이신 예수님께서 제안하시는 예산서에 소송비용이 계상되어 있을까

6) 예수님은 재정 악용하는 것에 대하여 준엄하게 꾸짖으셨다. 주인의 소유를 낭비하는 청지기를 파직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하셨고(눅16:1-3), 공금을 빼돌려 착복했던 가룟 유다는 결국 지옥행이 되고 말았다. 아나니아/삽비라 부부가 하나님께 재정을 속였다가 비참하게 죽은 사건도 우리를 겁먹게 한다(행5:1-11). 교회재정을 횡령 착복하는 일에 대하여 그분은 매우 엄중하게 다스리셨다. 아골 골짜기에서 죽은 아간도 그런 축에 끼는 인물 아닌가. 교회에 금전사고가 생기면 어떤 심각한 결과가 오는지 아는가. 돈 잃고, 믿음 잃고, 명예 잃고, 신자 잃고, 전도의 길이 막히고, 교회도 망조가 들린다. 그리고 성삼위 하나님의 영광에 먹칠을 하게 된다.

재정운영은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이미 언급했지만 예수님께서는 ‘돈을 계산해야 한다’는 말씀을 명백하게 하셨다. 합리적으로 관리하라는 뜻이다. 믿음에는 신비한 측면이 있지만 재정사용만은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7) 예수님의 재정관리 원칙이 더 많지만 제일 중요한 것 한 가지만 더 제시한다. 교회가 재정을 사용하는 최고의 목적은 구원 바로 그것이다. 물론 ‘영혼 구원’이 첫째이다. 그리고 질병, 가난, 무지, 감옥으로부터의 구원 등을 위하여서도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마25:31이하). 그렇게 생각하면 꼭 예배비, 교육비, 선교비, 구원센터의 건축비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행정비, 음악활동비, 인건비, 홍보비, 공과금, 친교비, 장학금 등도 ‘온전한 구원’을 위한 간접비용에 속한다.

미국에서는 전 세계에 내어놓아도 재정운영이 가장 건실한 모범 단체들이 있다. 대부분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청지기정신(stewardship)으로 경영하는 조직들이다. 그 가운데 <빌리 그래함 전도협회>가 있고 <월드 비전>이 있다. 재정 사용에 있어서 믿을 만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그들 단체에 맡긴다. 한인교회들도 그것들처럼 예수님의 잣대로 평가할 때 모범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분이 생명을 던져 세우신 것이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열매를 맺어야 좋은 나무’라 하셨던가. 한 해가 지난 뒤에 성삼위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고 마음껏 칭찬해 주시는 그런 결산 보고서를 드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이정근목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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