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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3/31,화) 자기 비움과 한국 교회를 위한 애통의 기도

[고난주간](3/31,화)

자기 비움과 한국 교회를 위한 애통의 기도

1. 주님의 길을 온전히 따르지 못한 완악함에 대한 통곡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이사야 53:7)

침묵으로 십자가를 지신 주님, 그 거룩한 경지에 이르고자 하나 저의 자아는 여전히 살아서 꿈틀거립니다. 주님은 도수장의 어린 양처럼 잠잠하셨으나, 저는 작은 오해에도 항변하고 나의 의로움을 드러내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번 한 주간, 저의 혀를 주장하시고 마음의 소음을 잠재워 주소서. 주님이 가신 그 침묵의 깊이를 깨달아, 내 안의 ‘나’를 온전히 죽이고 오직 주님의 뜻만이 머무는 빈 들판이 되게 하소서.

2. 강도의 소굴이 된 성전과 한국 교회를 향한 채찍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사람들을 내쫓으시며…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 (마태복음 21:12-13)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어야 할 교회가, 어느덧 세습과 탐욕, 이념의 전장이 되어버린 현실을 목도하며 애통해합니다. 주님, 오늘 한국 교회의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노끈 채찍을 휘둘러 주소서. ‘예수 정신’은 박제된 구호가 되었고, 기독교 제국주의의 망령이 복음의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권력을 탐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완악함을 깨뜨려 주시고, 화려한 건물 뒤에 숨은 가난한 영혼들의 신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우리를 다시 ‘성전 정화’의 불길 속에 던져 넣어 주소서.

3.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 위선적인 삶에 대한 심판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마가복음 11:13)

주님, 길가에서 저주받은 그 무화과나무가 바로 저임을 고백합니다. 목회자라는 직함의 잎사귀는 무성하고, 경건의 모양은 그럴듯하나 정작 주님이 갈하셨을 때 내어드릴 사랑의 열매가 없습니다. “때가 아니었다”는 핑계 뒤에 숨어, 마땅히 행해야 할 ‘살림’의 사역을 외면했습니다. 주님, 차라리 저의 위선을 마르게 하소서. 잎사귀만 자랑하는 종교인이 아니라, 주님의 생명을 수혈받아 이름 없이 썩어지는 밀알이 되게 하소서.

4. 종교 지도자의 가면을 벗고 ‘종의 형체’로의 회귀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립보서 2:7-8)

일생을 주님의 일을 한다 했으나, 실상은 주님의 자리에 앉아 군림하려 했던 지도자의 마음이 제 안에 독초처럼 자라 있었습니다. ‘대접받음’을 당연히 여기고 ‘희생’보다는 ‘권리’를 계산했던 저의 비겁함을 회개합니다. 이제 은퇴의 자리에서 모든 가식을 벗어던집니다. 주님, 저를 다시 그 낮은 말구유로, 냄새나는 제자들의 발치로 데려가 주소서. 직분이 아닌 ‘종’으로, 스승이 아닌 ‘친구’로 살게 하소서. 죽음의 문턱까지 주님과 동행하며 진정한 ‘살림’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십자가 위에서 모든 물과 피를 쏟아 우리를 살리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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