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주일에 드리는 기도)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5-8)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
오늘 저희는 종려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치던 예루살렘의 군중 속에 서 있습니다. 승리의 함성 뒤에 감춰진 십자가의 고난을 보지 못한 채, 나의 유익과 영광만을 구했던 저희의 어리석음을 고백합니다.
저의 부끄러운 모습을 회개합니다.
양보보다는 독점을, 희생보다는 권리를 먼저 주장했습니다. 주님은 섬기러 오셨으나 저는 대접받기를 즐겼고, 주님은 죽어감으로 생명을 살리셨으나 저는 나만의 안위를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주님의 길을 따른다 말하면서도 정작 발걸음은 세상의 성공만을 향해 있었음을 고백하오니, 저를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이 시대의 아픔을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의 정신 위에 세워졌다고 말하면서도, 오히려 그 이름을 권력과 탐욕의 도구로 사용하는 제국들의 오만함을 봅니다. 복음의 본질보다는 세를 과시하고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한국 교회의 현실이 저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예수의 평화는 총칼과 자본에 있지 않고 낮아짐과 나눔에 있음을 우리가 다시금 기억하게 하소서.
이제 다시 결단합니다.
오늘의 종려주일이 단순히 형식적인 절기가 되지 않기를 원합니다. 환호 속에 감춰진 고독한 순종의 길을 바라보게 하소서. 제국주의적 욕망과 이기적인 신앙에서 돌이켜, 주님이 가신 ‘자기 비움(Kenosis)’의 길을 걷게 하소서. 이름도 빛도 없이 죽어가는 작은 생명들을 돌보며, 죽임의 문화 속에서 살림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참된 제자가 되게 하소서.
예루살렘의 영광을 버리고 골고다의 십자가를 택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By 김영주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