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여기 있는가? – “지금 일어나라, 떠나라, 돌아가라!” –
말씀: 창세기 31장 13절
야곱의 ‘작은 출애굽’은 성공했는가?(창 30:15) 사랑하는 아내가 아들을 낳았고, 고향을 향한 갈망이 폭발했다. 하지만 감정적인 결단에 불과했다. 야곱은 떠나지 못했다. 라반의 교묘한 설득(“여호와께서 너로 말미암아 내게 복 주신 줄을 깨달았노니”, 창 30:27) 앞에서, 야곱은 다시 6년을 머물렀다. 그 6년은 ‘조금만 더’라는 유혹 속에서, ‘재정적 준비’라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흘러갔다.
라반은 그의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었고(창 31:41), 야곱은 낮에는 더위에, 밤에는 추위에 시달리며(창 31:40) 버텼다. 그리고 6년 만에, 하나님이 침묵을 깨뜨리셨다. 하나님은 야곱의 무력한 일상에 3 개의 강력한 동사를 쏟아부으신다.
“나는 벧엘의 하나님이라…지금 일어나 이 땅에서 떠나서 네 출생지로 돌아가라”(창 31:13).
1. 일어나라: 6년의 망각을 부수는 말씀
하나님은 자신을 “벧엘의 하나님”이라 소개하신다. 벧엘은 야곱이 도망가던 중 하늘의 사다리를 보았던 곳, 하나님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창 28:15) 약속하신 곳이다. 그런데 야곱은 그 약속을 6년 동안 잊고 살았다.
야곱은 양을 쳤지만 자기 영혼은 돌보지 못했다. 재산을 불렸지만 벧엘의 약속은 시들었다. 하나님의 ‘일어나라’는 말씀이 들렸다. “너는 6년 전에 가고 싶어 했지 않았느냐? 요셉이 태어났을 때 네 마음을 잊었구나? 왜 아직도 여기 있느냐?”
야곱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듣지 않으려고 외면하고 바쁘게 살았을 뿐이다.
2. 떠나라: 익숙한 편안함으로부터의 엑소더스
야곱은 왜 6년이나 더 머물렀을까? 라반의 설득은 정교했다(창 30:27-28): 종교적 언어(“여호와께서”), 죄책감 유발(“네가 나를 부자로 만들었다”), 재정적 유혹(“네가 원하는 대로 주겠다”). 야곱은 이 삼중 덫에 걸렸다.
현대 심리학은 이를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미지의 천국보다 익숙한 현실을 선택한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향해 떠나는 것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6년 동안 야곱은 합리화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재산을 모으면…”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그러나 ‘조금만 더’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함정이다.
3. 돌아가라: 퇴행이 아닌 근원으로의 회귀
마지막 명령은 ‘돌아가라’이다. 이 단어는 선지자들이 “회개하라”고 외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호 14:1). 하나님께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귀환은 후퇴가 아니라 회복이다. 야곱의 귀환은 실패자의 퇴각이 아니라, 언약의 상속자로서의 복귀이다. 신앙은 앞만 보고 달리는 직선적 질주가 아니다. 길을 잃었을 때 하나님의 약속으로 삶의 궤적을 수정하는 영적인 결단이다.
야곱의 세 동사는 훗날 갈보리 언덕에서 완성된다. 야곱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라반을 떠났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하늘 아버지의 품을 떠나 오셨다(빌 2:6-7). 그분은 죄의 잠에 빠진 우리를 향해 ‘일어나라’ 외치셨다(막 5:41, “달리다굼”). 친히 십자가로 ‘길’을 만드사(요 14:6), 우리를 영원한 벧엘인 하나님 나라로 ‘돌아가게’ 하셨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내딛는 순종의 한 걸음은 야곱의 불안한 발걸음이 아니다. 이미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국위에 내 발을 포개는 동행이다(마 28:20).
마무리하며
야곱은 요셉이 태어났을 때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6년이 흘렀다. 그 6년 동안 야곱은 라반의 속임에 시달렸다. 그러나 6년 후,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벧엘의 하나님이라… 지금 일어나라.”(창 31:13)
이 ‘지금’은 하나님의 카이로스였다. 우리도 그런 ‘지금’ 앞에 서 있다. 어쩌면 7년을, 10년을, 아니 20년을 기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지금’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그 모든 기다림은 준비였음이 드러난다. 오늘 우리의 벧엘을 다시 기억하라.
일어나라!, 망각의 잠에서.
떠나라!, 익숙한 편안함에서.
돌아가라!, 약속의 땅으로.
기도문
벧엘의 하나님,
6년을 침묵하셨지만 일하고 계셨던 하나님,
오늘 우리에게도 ‘지금’을 선포하소서.
떠나고 싶었지만 떠나지 못한 우리의 망설임을,
‘조금만 더’라며 미루었던 우리의 두려움을 용서하소서.
벧엘의 약속을 다시 기억하게 하시고,
익숙한 현실에서 벗어날 용기를 주시며,
이제 예수님과 함께 약속의 땅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게 하옵소서. 아멘.
Source: Rev. JICHUL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