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두 여인”(유오디아와 순두게)
-본질 및 해결책-
빌립보서 4장 2-3절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세워지지만,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 속에 존재한다. 초대교회조차도 완전하지 않았다. 빌립보 교회에서 유오디아와 순두게, 두 여성 지도자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이들은 단순한 성도가 아니라 바울이 “복음안에서 나와 함께 힘쓰던 자들”(빌 4:3)이라 부른 동역자였다. 대표적인 지도자의 갈등은 공동체 전체를 뒤흔든다.
“내가 유오디아를 권하고, 순두게를 권하노니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빌 4:2)
1. 갈등의 본질: 열정의 충돌?
성경은 두 여인의 갈등 원인을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교리적 문제보다는, 사역의 방향과 리더십의 차이에서 비롯된 마찰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것은 그 갈등이 복음에 대한 열정에서 생겼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도행전 15장에서 바울과 바나바가 마가의 동행 문제로 심하게 다툰 것과도 같다. 열정은 무관심보다 낫지만, 자기 부인 없이 드러날 때는 분열을 낳는다. 열정은 귀하지만, 겸손을 잃으면 갈등의 불씨가 된다.
2. 바울의 해결 방식: 주 안에서 같은 마음 + 신실한 동역자
1) 바울은 두 여인을 정죄하지 않는다. 대신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고 두 여인에게 간곡히 권면한다(2번 반복). 핵심은 “주 안에서”라는 수식이다. 갈등은 인간적 타협으로 풀리지 않는다. 해결의 길은 그리스도의 마음(빌 2:5)을 다시 품는 데 있다. 그 마음은 자기 비움(κenosis), 곧 겸손과 섬김이다. 교회 안의 갈등은 결국 십자가의 태도를 회복할 때 치유된다.
2) 또한 바울은 “나와 멍에를 같이한 너”라 부르며 진실한 동역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빌 4:3). 아마도 에바브로디도일 가능성이 크다(빌 2:25-30 참조). 갈등은 사적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적 사명이다. 교회는 갈등을 덮는 곳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중재자가 나서서 화해를 이루는 장이어야 한다.
3. 정체성의 회복: 생명책에 기록된 자
바울은 마지막으로 두 여인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되어 있다”(빌 4:3)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정체성의 재정립이다. 이들은 다투는 여인이 아니라, 구원 공동체의 일원이다. 종말론적 관점은 갈등을 상대화시키고 자기 주장의 집착을 내려놓게 한다. 교회의 일치는 인간적 합의가 아니라, “생명책에 함께 기록된 자”라는 종말론적 소속감에서 비롯된다.
당시 여성 지도자의 갈등은 공동체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바울은 그들을 깎아내리지 않고, 복음의 동역자로 존중하면서 화해의 길을 제시했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가 여성 지도자를 어떻게 존중하며 협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다.
유오디아와 순두게 사건은 오늘 교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도자들의 갈등은 공동체 전체의 균열로 이어진다. 바울의 권면을 우리가 다시 섬세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1) 영적 초점의 회복: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4:2)
2) 신뢰할만한 중재자: “나와 멍에를 같이한 네게 구하노니”(4:3).
3) 정체성의 재확인: “그 이름들이 생명책에 있느니라”(4:3)
4) 십자가의 겸손: 열정은 겸손 속에서만 화해로 승화된다(빌 2:1-11).
마무리하며
교회는 완성된 공동체가 아니라 길 위에 있는 존재(Unterwegssein)다. 길 위에서는 언제든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서로를 다시 동역자로 부른다. 복음의 열정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씨를 화해의 불꽃으로 바꾸는 힘은 오직 십자가의 겸손에서 나온다.
“복음의 열정이 갈등의 불씨가 될 때, 오직 십자가의 겸손만이 화해의 불꽃을 밝힌다.”(When zeal for the gospel becomes a spark for conflict, only the humility of the Cross can kindle the fire of reconciliation.)
기도문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
우리 공동체 안에 때로 갈등과 분열이 있습니다.
우리의 옳음이 십자가의 겸손보다 앞설 때,
공동체는 상처를 입고 선교의 길이 막히곤 합니다.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 하신 말씀처럼,
내 입장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먼저 따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세상 속에서 우리를 화해의 증인으로 세워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