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목사가 한 시골교회에 부임했습니다. 그 젊은 목사에게 제일 힘든 것은 새벽기도였습니다. 체질적으로 몸이 약한데다 젖먹이까지 있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힘에 겨웠습니다. 새벽기도에 나가려고 생각은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목사가 새벽기도회에 빠져 문제가 생긴 이야기를 자주 들어 온 터라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면 누군가 잠든 목사를 깨우러 오거나 찬송소리에라도 잠이 깨야 할 텐데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눈을 떠보니 이미 새벽기도회가 끝나고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자책하며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목사관 문 앞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발소리가 사라진 후 나가보니 따뜬한 쌍화탕과 우루사 두 알이 놓여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권사님들이 새벽기도에 못나온 목사님이 걱정이 되어 준비해 온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때도 ‘목사님 피곤하신데 잠 깨시면 안된다’고 찬송도 기도도 소리 죽여 했다고 합니다. 그 날 이후 아무리 어려워도 젊은 목사님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책망하는 교인은 없었지만 그들의 사랑이 그 어떤 책망보다 목사의 가슴을 세차게 녹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반백이 된 그 목사님은 지금도 그 교회를 잊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