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아닌 사역에 중심을 두는 이야기식 예산
10년 전 처음으로 미국의 시골교회에 단독 목회를 나가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설교도 아니고, 심방도 아니고, 교인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그다음 해 교회 예산을 세우는 일이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교회의 대다수이며 이들의 작정 헌금이 교회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이들은 고정된 연금과 사회보장연금을 받아서 생활하시기에, 교회의 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교인이 교회를 사랑하시고 신앙이 깊으시기에 자신들 일 년 예산을 계획할 때, 하나님께 드릴 부분을 미리 떼어놓으시고 헌금을 하셨다. 그러나 이런 분들이 미리 작정해 놓은 작정 헌금 이외에, 자신들의 무언가를 포기하면서까지 하나님께 더 드리려면, 뭔가 그 이상의 그들을 감동시킬 목회나 사역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지금까지의 교회의 예산 편성 과정을 살펴보면, 교회 재정부, 혹은 임원회 회원들이 모여서, 한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사용해서 아동부, 중고등부, 예배부, 관리부, 목회자 사례비와 같은 항목 아래에 얼마가 예산으로 필요한지 나열하는 통계나 도표 스타일의 예산안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예산 편성 방법은 단순히 종이에 교회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전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사실 많은 교회가 이러한 예산안을 복사해서 교인들에게 나누어주며, 교회의 미래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정보에 대해 교인들과 의사소통을 잘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교인들은 이렇게 항목으로 작성된 예산안을 잘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예산을 세우더라도, 교인들은 교회를 지원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헌금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헌금이 교회의 건물을 유지하고, 목회자의 생활비와 보험료 등을 지원하는데 비용을 쓴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교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헌금이 어느 사역과 목회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잘 모른다. 게다가 제일 중요한 것은 교인들은 이러한 항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예산안에 따라 헌금하지 않는다. 교인들은 도대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사람을 돕는 교회 사역이 무엇인지에 따라 헌금을 한다. 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각자 교회에 그러한 사역들이 있고, 그러한 사역 속에서 사람들이 변화되어간다는 것을 예산을 통해 알리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이야기식 예산이 추구하는 바이다.
이야기식 예산은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들이 교인들에게 다양한 곳에서 교회의 선교와 사역이 이루는 일들을 이야기를 통해 알릴 수 있다. 이야기식 예산은 숫자에 초점을 두지 않고, 교회가 어떤 사역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어떻게 그 사람들이 변화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예산이다.
목회 사역
많은 경우, 목회협력위원회와 감리사가 구역회 이전에 만나서 다음 해, 목회자 생활비를 결정한 후, 생활비가 교회 여건에 따라 올랐거나 줄었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이야기식 예산은, 목회자가 무슨 목회 사역을 했는지, 그 성과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준다. 목회 사역에 관한 이야기식 예산은, 목회자가 어떤 설교 시리즈를 했으며, 어떤 특별 강의를 했고 성만찬 집례와 몇 명에게 세례를 행했는지, 또 수많은 심방 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예배와 음악
단순히, 성가대 지휘자, 예배 반주자, 예배 찬양 인도자에 대한 사역비를 얼마를 주겠다가 아니라, 예배와 음악이 어떻게 교인들의 신앙생활과 예배에 도움을 주었는지 이야기해준다. 예를 들어 이야기식 예산은, 예배는 교인들의 신앙생활 중심으로서, 감동에 찬 주일 예배를 계획하고 준비해왔다. 또한 특별 절기 예배들과 수차례의 장례와 결혼 예배를 준비함으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교를 해왔다. 성가대와 찬양팀은 예배에 부합한 음악을 위해서, 목회자와 상의 후 찬양을 선곡하고, 일주일에 여러번 연습한다.
선교와 봉사활동
선교비로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를 썼고, 올해는 얼마가 필요하다는 단순 보고가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예산안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교회의 선교와 봉사활동은 교회 벽을 넘어서 지역 공동체와 세계까지 확장했다. 해비타트(Habitat) 운동을 통해 노숙자를 도왔고, 노숙자 쉼터에서 수백 명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지역사회에서 수십 가정의 낙엽을 치웠고, 지역 대학 목회 선교를 도움으로써 예수를 믿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갔으며, 아프리카에 학교 건립 기금을 보내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켰고, 멕시코 단기 선교여행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을 도왔다.
기독교 교육(아동부, 중고등부, 청년부, 성경 공부)
내년에 여름성경학교, 중고등부 여름수련회 그리고 여름 단기선교에 필요한 금액이 아니라, 기독교 교육부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어린이들과 중고등부 학생들이 신앙 속에 자라는지를 알려주는 예산안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 교육은 평생의 여정이며, 아동부, 중고등부 성인 성경 공부는 전략적으로 어린이로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기독교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자라고 성숙한 신앙을 가지도록 노력해왔다. 기독교 교육은 커리큘럼, 주일학교 선생님 감사의 날, 여름성경학교, 여름수련회의 비용을 포함한다.
선교와 목회 사역을 위한 건물 관리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교회 관리인의 보수와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이 내년에 얼마가 필요한지를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건물은 선교와 목회 사역을 위한 장소로써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역을 소개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선교와 목회 사역을 위한 건물 관리는 예배의 장소, 각종 회의와 성경 공부 공간, 주일학교 교실, 주중에 지역 공동체가 알코올 중독자 모임, 보이스카우트 모임 등으로 사용되는 교회 공간을 깨끗하고 정돈된 상태로 유지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사명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야기식 예산은 교회 건물을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액을 교인들에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건물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역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교인들에게 이야기로 전해주는 방식이다.
글쓴이: 오천의 목사,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