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예배를 위한 효과적인 멀티미디어 사용법. By 한명훈 목사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예배자의 마음을 밝히고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가 그들 마음을 녹이듯 멀티미디어 또한 현대인의 예배를 돕는다. 한 영혼이라도 주께 돌아올 수 있도록 멀티미디어의 유익을 충분히 활용하여 보자.
우리가 드리는 예배란 본래 다중(multi) 매개(media)적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적힌 두루마리가 높이 올려지는 것을 보고, 주님의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며, 또는 평화를 기원하는 악수와 포옹으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우리는 하나님을 만난다. 요즘 “예배 속의 멀티미디어”라 하면 보통 스크린에 올려진 찬양 가사 정도를 생각하지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은 훨씬 다양하다. 한순간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가는 세대에 다가가기 위해, 효과적이고 지혜로운 멀티미디어의 사용 방법이 무엇인지 각 교회의 상황에 따라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1. 예배를 위한 멀티미디어 예배팀을 구성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준비된 예배팀 없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예배란 불가능하다. 이전 시대의 교회에서 예배에 필요한 기술장비들은 한 사람이 충분히 책임질 수 있었다. 예배 전에 앰프와 전등만 켜 놓으면 됐다. 하지만 오늘날 찬양인도자와 설교자는 멀티미디어를 운영하는 손길의 도움이 절실하다. 사실, 교회에서 멀티미디어를 둘러싼 가장 일반적인 문제는 고도의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제때 넘어가지 않는 찬양 슬라이드일 것이다. 그러기에 예배를 소중히 여기고 자기 일에서 영적인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예배팀의 존재가 멀티미디어 예배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예배팀의 역할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그들이 예배에서 소외되고 영적으로 고갈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배가 은혜받는 시간이 아니라 긴장하여 일하는 시간, 실수 없이 치러내야 하는 시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멀티미디어를 운영하는 지체들을 향한 교회 차원의 배려와 영적인 돌봄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예배팀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늘 회중들에 알려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예배팀이 마음 놓고 드릴 수 있는 예배의 기회와 더불어 교사 강습회나 수련회처럼 예배팀만을 위한 특별한 수양회(retreat) 시간도 필요하다.
2. 쌍방향 소통을 위해 멀티미디어 자료를 개발한다.
텔레비전에 한 번 나오는 것이 소원이어서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라고 노래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유튜브를 통해 1인 방송을 하는 초등학생만 해도 수십만이 넘는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는 일에 그만큼 익숙해졌고, 여전히 그 일을 의미 있게 여긴다. 예배 중에 자신의 이야기가 소개된다면 어떨까?
멀티미디어는 멀리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쉽게 접하게 해 주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새롭게 볼 수 있게 한다. 설교를 위해 감동적인 영상을 찾는 대신, 교인들을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예배의 주제가 ‘사랑’이라면 ‘사랑을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교인들에게 하고 그 응답을 녹화해서 함께 보자. 총동원 전도 주일이라면, 왜 이 교회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묻는 것도 좋겠다. 비싼 녹음 장비와 카메라는 필요하지 않다. 핸드폰 카메라 정도의 화질이면 충분하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또 있다. 카카오톡에 설문조사 기능이 있는데, 교회 단체 카톡방이나 부서별 모임에서 사용해보자. 예를 들어 기도에 대해 설교하는 주일이면, “일주일에 몇 번 기도하나요”라는 설문조사를 익명으로 할 수 있다. 그 결과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영적 생활을 점검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 전체 예배 주제와 연관되고 공감할 수 있는 외부 콘텐츠를 활용한다.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대신 외부 자료를 찾는다면 다음의 두 가지를 생각하자. 먼저 전통적인 음성/인쇄 매체보다 멀티미디어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하고 특히 감성적 영역에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멀티미디어를 통해 제공된 정보들이 예배의 전체 주제와의 관련성을 잃을 경우, 그날 예배에서 ‘그 사진’ 혹은 ‘그 영상’만 기억에 남을 위험이 있다. 아름답지만 연관성 없는(irrelevant) 자료들의 유혹을 이겨내자. 또한, 멀티미디어는 수많은 문화적 코드를 담고 있다. 세대별로, 문화권별로 어필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예배자들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하여 ‘공감 가능한’ 콘텐츠를 찾아보자.
사진의 경우 freerangestock.com이나 pexel.com에서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파워포인트에서 예배 주제와 일관된 배경 중의 하나로 교회의 재단 사진을 활용하라. 총회의 예배인도자였던 Dr. Marcia Mcfee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재단이 아름답게 장식된 주일이면 그 모습을 찍어서 광고나 설교 제목의 배경 그림으로 사용해 보자. 동영상의 경우는 외부 콘텐츠 사용에 있어 조금 더 신중해야 하는데, 유튜브의 영상을 상영할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Hosanna.net(한글)이나 sermonspice.com 등의 사이트도 좋은 비디오 클립을 제공한다. 영화를 상영하려면 “church video license” 등을 통해 합법적인 사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4. 혼자 하지 말고 그룹의 힘을 활용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미디어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쉽게, 여느 설교 못지않게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즐기며 공유한다. 그러니 목회자나 예배 인도자 혼자서 정보를 사냥하여 성도들을 먹인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예배팀은 멀티미디어 기기를 운영하는 역할을 넘어 목회자/예배인도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수집가가 될 수 있다. 목회자는 그 콘텐츠를 선별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룹의 힘을 활용하면 더 많은 ‘연관성 있고, 공감 가능한’ 콘텐츠들을 찾게 될 것이다.
5. 현대인의 예배를 돕는 데 멀티미디어의 유익을 활용한다.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중요한 슛을 성공시키며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명언을 남긴다. 예배를 통해 선포되는 복음은 역사를 통하여 수많은 왼손을 가져왔다. 언젠가는 아름다운 성전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거들었고, 때론 화성을 입은 오르간 소리가 예배를 도왔다. 그리고 지금은 분명 멀티미디어 시대이다. 그런데 모든 교회가 멀티미디어를 통해 예배를 드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도 각 교회의 상황에 달려있다. 어색한 멀티미디어의 활용이 예배의 흐름을 깨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도 알고 있다. 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예배자의 마음을 밝히고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가 그들 마음을 녹이듯 멀티미디어 또한 기꺼이 현대인의 예배를 돕는다. 그러니 다만 한 영혼이라도 주께 돌아올 수 있도록 이 왼손의 유익을 충분히 활용하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