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나타나 있는 유월절에 대한 명칭들은 그 나름대로 유월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성경에 등장하는 명칭들과 그와 관련된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유월절
우리말 성경에서 ‘유월절’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이 명칭은 가장 대표적인 명칭이다. 히브리어로는 ‘하그 하페사흐'(hag ha-pesah)이며 영어로는 ‘the Feast of the Passover’라고 번역한다. 이 명칭은 출애굽기에 나오는 10가지 재앙 중 마지막인 애굽의 장자들을 죽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히브리어 ‘파사흐'(Pasah)는 ‘위로 넘어 간다’ ‘뛰어 넘다’ 등을 의미하는 동사 ‘파사흐'(Pasah)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이는 애굽의 모든 장자들이 죽임을 당하게 될 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그런 재앙이 그들을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후에 이르러 ‘페사흐’는 유월절 절기를 위하여 잡는 양이나 유월절에 드려지는 제물 전체를 가리키는 전문용어(technical term)가 되었고(출 12:11, 27), 더 나아가 유월절 명절 자체를 지칭하는 명칭이 되기도 하였다(출 12:48).
(2) 무교절
우리말 성경에서 ‘무교절’로 번역하고 있는 이 명칭은 히브리어로 ‘하그 하마쵸트'(hag ha-Mazzot)이며, 영어로는 ‘the Feast of the Unleavened Bread’이다. 마쵸트(Mazzot)는 누룩을 전혀 넣지 않고 구운 빵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마챠'(Mazza)의 복수형이다. 유월절 명절 동안에 행해지는 여러 가지 규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누룩을 넣은 빵이나 과자를 먹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절기를 ‘무교절’이라 부르게 되었다.
레위기 23장에 근거하여 이 절기를 엄격히 구분하면, 절기의 첫날인 14일 하루는 유월절이고, 나머지 7일간은 무교절이다. 이것은 두 개의 각기 다른 절기가 어느 계기를 통하여 하나로 결합되었음을 시사해 주기도 하지만, 이 두 명칭은 큰 차이 없이 혼용되어 왔다. 신약성서에서도 이 두 가지 명칭은 엄격한 구분 없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막 4:1 눅 22:7).
(3) 아빕월
신명기 16장에 의하여 유월절은 아빕월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아빕월은 유대력의 첫 달로서 지금의 3-4월경에 해당된다. 어원적으로 ‘곡식의 어린 이삭’을 뜻하는 히브리어 ‘아빕’은 그런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인 ‘봄’의 명칭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은 이것과 관련하여 유월절을 ‘하그 헤아비브 ‘(hag he-Abib) 즉 ‘the Feast of the spring’라고 부른다. 이렇게 유월절을 아빕월과 관련시켜 부르게 된 것은, 유월절의 시기가 봄 곧 이삭이 나오는 계절인 것도 있겠지만, 그것과 함께 일 년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