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을 초등학교 교사 및 교장으로 봉직한 나태주 시인이 ‘너무 그러지 마셔요 하나님!’이라는 시를 지었다.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 저에게가 아니에요. /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계간 <시와 시학> 2007년 가을호).
이 시를 받아 든 아내 김성애 권사가 ‘너무 고마워요’라는 답시를 썼다.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 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 연필과 함께 산, /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 온 남자예요. /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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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정말 이 두 분 너무 섭섭하게 하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