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강남에서 개척… 밤 기도회로 밤 문화에 맞서다
[3040 목회자리포트] (1) 세상의빛교회 이종필 목사
2019-05-10
이종필 세상의빛교회 목사가 8일 서울 서초동 교회 앞 거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미래는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며 “한국교회가 21세기에 맞게 기독교를 변증하면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해 나갈 때 교회가 세상의 소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수 인턴기자
한국교회의 앞날이 어둡다고 합니다. 그 어둠 속에서 저마다의 빛을 반짝이며 분투하는 30~40대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척박한 21세기 목회 현장에서 오직 복음 하나 붙들고 모험을 떠난 이들입니다. 때론 울고 때론 웃지만 꿋꿋이 자기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거창하거나 대단하진 않지만, 그 작은 몸부림에서 우리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봅니다. 새로운 희망을 발견합니다.
“요즘 누가 강남에서 교회를 개척해요. 그러지 말고 신도시로 가세요.” “건물 지하에서 예배드리는데 젊은 사람들이 옵니까.”
이종필(46) 목사가 서울 강남에서 교회를 개척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하지만 목회 초년병 시절 거쳤던 대형교회 두 곳에서 한국교회의 민낯을 목격했던 그는 새로운 목회, 건강한 교회에 대한 결심을 굳힌 터였다. 그는 2006년 가족과 미혼의 20~30대 청년 15명과 함께 서울 서초동 뒷골목 90평 되는 건물 지하를 임차해 예배를 드렸다. 삶과 신앙의 일치를 추구하는 ‘세상의빛교회’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19년 5월 세상의빛교회엔 청장년과 유초등부를 포함해 150여명의 성도들이 모인다. 회중 예배와 소그룹 예배, 이웃 봉사와 선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까다롭고 혹독한 양육 과정을 모두 거치고 살아남은 성도들이다. 8일 교회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 목사는 “교회에 와서 예배만 드리고 가는 분들은 교인으로 안 친다”며 “양육 프로그램과 소그룹 예배 등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말로 교회의 까다로운 멤버십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의 윤리적 문제와 한계를 보며 고민하고 방황하는 70~80년대생들에게 목회의 초점을 맞춰왔다. 특히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붙들고 살아내게 하려고 양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신학 사상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는 “천국을 내세의 것으로 생각하고 복음이 개인 구원에만 머무는 것으로 해석을 하니 현세의 잘못을 바꾸는 데 취약했다”며 “교회는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서 구현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통해 확립한 개념이 바로 ‘킹덤처치’다. 하나님나라의 복음에 대한 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양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하나님나라 복음에 따라 기독교 세계관을 6개월 동안 배우는 ‘하나님나라 제자훈련’과 그러한 관점에서 성경을 읽어내는 ‘하나님나라 성경관통’ 과정이다.
세상의빛교회는 이런 양육훈련을 통해 성도들이 모여들었고 교회는 물론 성도들 하나하나가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나님나라 복음으로 무장된 성도들은 봉사활동과 단기선교 등을 통해 복음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이를 위해 이 목사는 ‘도시’ ‘선교’ ‘미래’ ‘복지’라는 4대 비전을 세우고 교회의 예배 형태는 물론 목회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새벽기도회를 없애고 평일 밤 기도회를 드린다. 그는 “새벽기도회가 농경시대엔 적합했을지 모르지만, 요즘 30·40세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세상의 유흥문화 등 밤문화에 대항한다는 의미에서도 저녁기도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도들 역시 퇴근길에 교회에 들러 기도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생활 방식을 선호한다.
오후 예배도 없앴다. 주일 회중 예배를 드린 후에는 소그룹으로 모여 삶을 나누는 예배를 드린다. 양육 프로그램 역시 주일 오후에 운영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인근 사회봉사 기관을 찾아가 홀로 사는 노인들을 돌보는 등 봉사활동을 한다. 그는 “세상이 달라지면서 성도들의 영적인 요구도 세분되고 있다”며 “우리 교회 역시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교회가 잘 구현하게 하려고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개척 이후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었다. 그는 “목사는 자신뿐 아니라 남들도 신앙생활을 잘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과 신학적 바탕이 필요하다”며 “저 자신이 목회자로서 잘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독문학과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그는 풀러신학교에서 ‘도심 지역에서의 건강한 교회 개척’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랜 연구와 이를 목회 현장에 적용한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제자훈련 및 양육교재를 써내려갔다. 킹덤처치연구소를 세우고 온·오프라인 강좌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대해가고 있다.
그는 목회자로서의 삶이 힘들고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이 세상은 복음이 없으면 갈 곳이 없다”며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정치인들은 권력만 좇고, 사상가들은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알량한 해법으로 혼란만 준다. 돈이라는 우상에 사로잡혀 생산과 소비를 반복하다 죽는 영혼들도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마음을 채울 게 없어 마약 섹스 게임 등에 중독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말씀에 근거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제시하는 게 목회자의 길”이라며 “그 길은 너무 힘들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