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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와 신학 Ministry and Theology

사라 코클리(Sarah Coakley)박사-영국 Cambridge대학

사라 코클리 박사.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인 사라 코클리(Sarah Coakley)는, 비록 한국에는 잘 알려있지 않지만, 세계 신학의 흐름을 선도하는 신학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10년 호주 시드니에서 사라 코클리에 관한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고, 여기서 논의 된 내용들이 ‘사라 코클리와 조직신학의 미래’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또한 2016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저널인 ‘크리스천 센추리에 ‘세계가 사라 코클리를 필요로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세계 신학의 지형 안에서 코클리가 갖는 위상을 단박에 보여준다.

코클리는 1951년 영국 런던 블랙히스의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남다른 종교적 감수성을 지닌 그녀는 이미 12살에 신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책장에 꽂혀 있던 수많은 책들을 탐독했던 그녀는, 특히 이블린 언더힐과 시몬느 베유, 그리고 존 A. T. 로빈슨의 글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본격적인 신학 공부를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성서연구에만 몰두하는 신학교육에 불만을 느꼈다. 그곳에서 그녀의 조직신학적, 종교철학적 관심들은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진학 한 미국 하버드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고든 카우프만(Gordon Kaufmann) 등에게 배우며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신학을 경험하게 되었다. 또한 성공회 전통의 교내 채플과 성례전에 꾸준히 참여함으로써 신비적 영성과 기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도 갖게 되었다. 그녀의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 대부분은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로 돌아온 그녀는, 모리스 와일즈(Maurice Wiles) 교수의 지도 아래 에른스트 트뢸치의 그리스도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그녀의 첫 번째 저서인 ‘절대성 없는 그리스도: 에른스트 트뢸치 그리스도론 연구(Christ without Absolutes: A Study of the Christology of Ernst Troeltsch)’의 토대가 되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2년간 가르치다,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교에서 가르쳤고, 1995년에 말린크로트 교수(Mallincrodt Professor)가 되었다. 여기서 그녀는 성례전과 관상기도에 대한 관심을 이론적으로 정교하게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인 마틴 노왁(Martin Nowak)과의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새로운 신학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2007년 코클리는 여성 최초로 케임브리지 대학교 노리스-헐스 교수(Norris-Hulse Professor)로 임용되어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자신만의 독특한 신학을 바탕으로, 2012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신학강좌인 기포드 강좌(Gifford lectures)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현재 자신의 신학을 총망라하는 네 권의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 책을 집필 중이며, 그 중 첫 번째 권이 지난 2013년에 출간되었다.

코클리의 신학은 매우 독특하다. 그녀는 포스트모더니즘과 탈-기독교화를 겪고 있는 서구 사회 현실에서 조직신학의 복권을 시도한다. 보편적, 절대적 가치가 해체되고 있는 시대에, 신학만은 다른 학문과 달리 전체를 조망하고 부분적 관점들을 종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녀는 자신의 신학 방법을 ‘종합신학(theologie totale)’라고 부른다. 신학이 전체를 조망하고, 종합을 지향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때문이다. 코클리 신학의 핵심에는 기도가 있다. 기도는 근원적 욕망을 채울 수 없는 인간의 한계상황에서 비롯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의지적 차원을 넘어서 있다. 롬8:26의 증언처럼,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모르지만, 성령께서는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 간구하신다. 성령을 따르는 기도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하나님께 이르고자 하는 구원의 열망으로 재정향시키며, 나아가 삼위일체 하나님과 결합하도록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하나님은 사변적 지성이나 교리적 체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기도라는 영적 실천을 통해서 보다 근원적으로 파악되고 설명된다. 코클리는 기도라는 구체적인 영적 실천을 통해, 합리주의와 신비주의의 경계를, 긍정신학과 부정신학의 경계를, 그리고 이론과 실천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부분화되고 파편화된 신학을 종합한다.

코클리에 따르면, 죄의 상태에서 인간은 스스로 강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하지만, 깊은 기도의 세계로 들어가면 그 자신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이 취약성이 하나님과의 만남과 연합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라고 말한다. 인간의 취약성이 경험되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힘의-북돋움'(empowerment)을 경험하게 되며, 나아가 하나님께 다가가기 위한 자아의 근원적 변형을 경험하게 된다. 코클리는 기도 속에서 경험되는 ‘인간의 약함’과 ‘하나님의 강함’ 사이의 신비적 역설을 ‘취약성-안에-있는-힘(power-in-vulnerability)’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기도가 만들어내는 하나님과의 만남과 그분을 향한 자아의 근원적 변형을 “은총”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코클리는 기도를 신학의 핵심에 정초시키는 독특한 방법으로써, 모든 진리가 상대화되고, 거대담론이 해체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기독교 신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현대적으로 다시금 살려낸다.

고형상 박사

전국신학대학협의회 2018 박사 최우수논문상 수상자(사라 코클리 관련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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