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도 바다라도 따를 수 없는/ 어머님의 그 사랑 거룩한 사랑/ 날마다 주님 앞에 감사드리자/ 사랑의 어머님을 주신 은혜를.”
낯선 가사다. 가사 내용만 봐서는 어떤 곡인지도 알 수 없다. 사실 이 곡은 5월이 되면 자주 들을 수 있는 국민 애창곡 ‘어머님 은혜’의 3절이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으로 시작되는 ‘어머님 은혜’는 2절까지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전 3절 가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라진 가사에는 ‘사랑의 어머님을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리자’는 기독교 신앙이 담겨 있다. 이 곡은 원래 교회에서 불리던 찬송가였다. 이 사실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작사가와 작곡자는 모두 목회자가 됐다. 작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동부연회 초대감독을 지낸 고 윤춘병 목사(1918~2010), 작곡은 우리나라 교회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박재훈 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원로목사의 손끝을 거쳤다.
윤 목사가 이 곡의 가사가 된 시를 쓴 것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평안남도 중화군이 고향인 그는 1945년 해방 직후 공산당원들의 탄압을 피해 월남했다. 이후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가 병을 얻은 건 1948년 11월이었다. 당시엔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윤 목사는 만날 수 없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더욱 커졌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면서 펜을 들어 그리움을 써 내려 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가 ‘어머님 은혜’다.
박 목사의 작곡으로 날개를 단 시는 같은 해 출판된 동요집 ‘산난초’에 실렸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감사를 담은 이 곡은 53년 어린이찬송가 99장에 실리면서 찬송가의 지위를 얻었다. 어린이들이 즐겨부르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찬양은 장년들에게까지 사랑받았다. 교회로 모여든 실향민들의 마음도 울렸다. 서정적 가사 덕분에 교과서에까지 실렸지만, 작사가의 신앙고백을 담은 3절이 삭제됐다.
윤 목사는 생전 인터뷰에서 “투병 중 환상 속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향길을 오갔다”면서 “고향을 떠나던 날 어머니가 우시면서 ‘이제 가면 언제 오냐’고 하셨던 기억이 아른거렸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생각 속에 창밖을 떠가는 구름을 보며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을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라는 시를 써 주님께 감사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회상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