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효과
1960년대에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Walter Mischel)과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즉각적 유혹을 견디는 학습’에 대한 연구였는데 이들은 네 살짜리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특별한 실험 방법을 생각해 냈다.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를 한 번에 한 명씩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마시멜로 사탕이 하나 들어 있는 접시를 보여주고 ‘조건’을 이야기한 다음에 아이한테 방에 혼자 기다리도록 했다. 그 조건이란, 언제든 원할 때 마시멜로를 먹을 수는 있지만 선생님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으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가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서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 어떤 아이들은 먹지 않으려고 나름 애썼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먹어버렸다. 또 어떤 아이들은 15분을 고스란히 기다려서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기도 했다. 약간의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네다섯 살 남짓 아이들은 간식을 먹기 전 평균 512.8초 동안 기다릴 수 있으며 이는 9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미셸 연구팀은 실험이 있은 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인 미셸의 딸은 연구가 있었던 당시 실험을 수행했던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실험이 끝나고 연구 결과를 정리한 뒤에도 그는 딸아이에게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듣게 되었다. 그리고 마시멜로 실험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던 친구들이 학교 안팎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셸은 이런 사실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연구에 착수했고, 1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거친 추적 연구를 통한 종단연구법의 결과로 마시멜로 연구를 비로소 정리할 수 있었다. 네 살 무렵의 아이가 달콤한 마시멜로를 눈앞에 두고 먹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은 분명 보통의 의지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종단 연구 결과에서는, 최대한의 의지력을 발휘해 15분이라는 시간을 끝까지 기다린 아이들이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에 비해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친구나 선생님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사회성이나 대인관계가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들 사이에선 과체중도 없었고 마약 남용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더 낮은 것으로 추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