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고난의 사람이다. 마르틴 루터는 “고난과 시련이 자신을 좋은 신학자로 만들어 주었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에게 고난은 불가분의 관계다. 김남준 목사는 “목회자는 가난 같은 외적 고난 뿐 아니라 심적 고난을 받는데, 이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해석하고 인내하며, 나아가 끊임없이 말씀 앞에서 자기 깨어짐을 경험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온전한 목회자가 되어가는 과정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고난의 유익을 말했다.
한미준 21 포럼에서 총신대 조교수를 겸임하고 평촌 열린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김남준 목사는 ‘목회자의 고난과 자기 죽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Photo by Church A)그는 “목회자는 내적, 외적 고통을 겪는데 이것이 그의 부족함에만 연유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목회자로서 잘 준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평탄한 목회 사역의 보증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너는 내가 우리 주를 증언함과 또는 주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따라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딤후 1:8)를 언급했다. 이어 그는 “목회자에게 고난은 그가 진리를 따라 살아가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숙명과도 같은 것인데,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참고 견딘다는 것은 초인적인 인내로 억지로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견디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특히 목회 현장에 있으면 성도들에게서 악의적인 모함과 비난이 있을 수 있다. 그는 “모함이나 비난을 사랑으로 견딜 것”을 주문하며 “목회의 길은 십자가의 길이기에 그가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하든지 고난과 시련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예로 개혁주의의 산실 칼빈은 동역자 볼섹에게서 인신공격을 받는다. 카르멜회 수사로 제네바 근교에서 의사로 활동한 볼섹은 제네바교회의 지도자였던 칼빈의 이중예정론을 반대하면서 “칼빈은 하나님을 죄의 창조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신학적 견해 대립이 이어지자 볼섹은 칼빈에게 원색적 비난을 하게 된다. 볼섹은 “심지어 칼빈은 구제불능의 짜증나고 사악하고 피에 굶주린, 불만족으로 가득찬 사람이며 자신을 하나님의 말씀인 것처럼 나타내고 신처럼 경배하도록 성도들에게 요구한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그는 “칼빈은 동성애적 기질에 빈번이 사로잡혔고, 여자에게 성적으로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고 원색적 인신공격을 퍼붓는다.
김남준 목사는 “많은 신학자들은 볼섹의 이러한 비난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이러한 비난은 불어권 국가에서 수 세기 동안 칼빈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까지 칼빈이 쓴 많은 글들을 읽어 왔지만, 이처럼 자신의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악의적인 비난에 대한 변명을 단 한마디도 찾지 못했다”며 “칼빈의 이러한 신앙적인 태도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준 목사는 근거 없는 악의적 비난에 대해서도 묵묵히 참고 견디는 신앙을 견지했던 칼빈 처럼 사랑으로 묵묵히 인내할 것을 목회자에게 요청했다.
한편 그는 사도 바울을 좋은 예로 들었다. 사도 바울은 아시아에서 목회했던 자신의 사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곧 모든 겸손과 눈물이며 유대인의 간계로 말미암아 당한 시험을참고 주를 섬긴 것과 유익한 것은 무엇이든지 공중 앞에서나 각 집에서나 거리낌이 없이 여러분에게 전하여 가르치고 유대인과 헬라인들에게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증언한 것이라(행 20:19-21)”
그는 “마치 사도 바울의 위대한 학문이나 영적 능력과 아무런 상관없이 언제나 고난과 시련이 그를 에워쌌다”면서 “특히 동족인 유대인들로부터 당하는 간교한 시험들은 그를 겸손하게 하였고 눈물흘리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종사하는 목회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그는 “목회를 하면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모함을 받는 일”이라며 “목회자가 교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리를 선포하고 그들의 죄와 불순종을 꾸짖는데도 그를 향하여 적대감을 품기도 한다”고 목회의 현실을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목회자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통렬한 참회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만, 목회자에게 정당한 근거 없는 맹목적 비난이나 악의적인 모함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너희가 피차 고발함으로 너희 가운데 이미 뚜렷한 허물이 있나니 차라리 불의를 당하는 것이 낫지 아니하며 차라리 속는 것이 낫지 아니 하냐(고전 6:7)”는 말씀을 인용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는 목회자의 시도가 성공하였다고 할지라도 교회는 많은 상처를 입게 되며, 악을 만나 그것을 대적하는 동안에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자신도 점점 더 악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제언으로 그는 “교회를 섬기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악한 행동과 태도에 휘둘리지 않고 인내하면서 주님이 맡기신 목양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태도”라고 전했다. 그는 “목회자에게 가장 좋은 목회의 상황은 목회자가 모든 성도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으면서 목회하는 것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우리의 불완전함 때문에 혹은 다른 사람들의 악함 때문에 그렇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혹시 자신에 대한 비난이 정당하고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깊이 반성하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고쳐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단지 악의에 찬 비난이라면 사람들의 목소리를 크게 생각하여 낙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것 때문에 목회자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흔들려서는 안 되며, 그렇게 흔들리는 것은 하나님의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모든 순간 성찰의 태도를 지니되, 가끔은 자신에게 ‘그들의 존경과 사랑이 나의 목회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담대한 태도”를 지닐 것을 조언했다.
나아가 그는 “하나님을 위한 최고의 섬김은 그리스도를 많이 닮는 것이며, 그때 그의 삶은 하나님을 위한 존재의 울림이 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은 진실한 신앙으로써 고난을 견디는 자기죽음의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그러므로 여러분이 당하는 모든 고난과 환난, 고통과 수고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참고 견디어 더욱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 되어 간다면 여러분의 삶은 하늘의 별과 같이 빛날 것”이라고 강의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