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낳았습니까?” – 지친 지도자의 탄식 –
말씀: 민수기 11장 11-12절
민수기 11장은 광야 공동체의 위기를 보여준다. 이스라엘 백성은 만나에 싫증을 내고 종살이 하던 애굽의 고기를 그리워한다. 그들의 불평은 단순한 식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구원받은 백성이 다시 노예의 기억으로 돌아가려는 영적 퇴행이다. 은혜가 일상이 될 때, 사람은 은혜를 권리로 착각한다. 만나가 기적에서 메뉴로 전락할 때, 감사는 불평으로 바뀐다.
“모세가 여호와께 여짜오되 어찌하여 주께서 종을 괴롭게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내게 주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게 아니하시고 이 모든 백성을 내게 맡기사 내가 그 짐을 지게 하시나이까? 이 모든 백성을 내가 배었나이까? 내가 그들을 낳았나이까…”(민 11:11-12)
1. 모세의 “어찌하여?”
민수기 11장의 배경에는 백성의 탐욕이 있다. 히브리어로 “탐욕을 품었다”(민 11:4)는 “욕망을 욕망했다”(They lusted a lust: 동족목적어)는 뜻이다. 제어가 힘든 중독적 욕망이다. 그들은 애굽에서 먹던 생선과 오이와 참외와 부추와 파와 마늘을 기억한다(민 11:5). 그러나 그 기억은 왜곡된 기억이다. 애굽의 고기는 기억하지만 애굽의 채찍은 잊었다. 음식은 기억하지만 노예됨은 잊었다.
그 한가운데 모세가 서 있다. 모세는 위대한 지도자의 얼굴이 아니라 지친 인간의 얼굴로 등장한다. 그는 하나님께 묻는다. “어찌하여 주의 종을 괴롭게 하시나이까?” 시편의 탄식(시 22:1)과 십자가의 외침(마 27:46)이 이미 멀리서 메아리친다. 이것은 불신앙의 말이라기보다, 사명 아래 짓눌린 영혼의 절규다.
1. “내가 낳았습니까?”
모세의 질문은 매우 대담하다. “이 백성을 내가 잉태했습니까?” 그는 자신이 이 백성의 궁극적 근원이 아님을 고백한다. 여기에 깊은 신학이 있다. 지도자는 공동체를 섬겨야 하지만, 공동체의 구원자는 아니다. 지도자는 양을 돌보지만, 양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이 구분이 무너지면 사명 자체가 우상이 된다. 목회자는 교회를 사랑하다가 자신이 교회의 주인인 줄 착각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다가 자신이 자녀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신인 줄 오해할 수 있다. 지도자가 “메시야 콤플렉스”로 무장할 때, 그는 백성을 돌보는 자가 아니라 백성을 소유하는 자가 된다. 그러나 본문은 말한다. “네가 품어야 한다. 그러나 네가 낳은 것은 아니다.”
1. “즉시 나를 죽여…내가 보지 않게 하옵소서”
모세의 탄식은 절정에 이른다. “…즉시 나를 죽여 내가 고난 당함을 내가 보지 않게 하옵소서”(민 11:15). 이는 엘리야의 로뎀나무 아래에서 토해낸 절망(왕상 19:4)과 같은 영혼의 어두운 밤이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님께서 모세의 탄식을 책망하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더 참고 견뎌라” 대신에 “구조를 바꾸라”고 말씀하신다. 장로 칠십 명을 세우게 하시고, 모세의 영을 그들에게도 나누어 주시며, 백성의 짐을 함께 지게 하신다(민 11:16-17).
이것은 중요한 전환이다. 하나님은 모세가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하시고, 함께 짐을 질 사람들을 세우셨다. 이것이 공동체의 원리다. 하나님의 일은 한 사람의 영웅주의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백성은 함께 지고, 함께 분별하고, 함께 순종하는 공동체다.
모세는 백성의 짐을 홀로 질 수 없어 탄식했다. 모세가 무너진 자리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게 된다. 모세의 “어찌하여?”는 갈보리 언덕에서 응답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와 죽음의 짐을 친히 지셨다. 부활 후에는 제자들을 부르시고, 성령을 보내시며, 교회를 세워 사명을 나누게 하셨다.
마무리하며
민수기 11장 11-12절은 지친 지도자의 내면을 매우 솔직하게 보여준다. 모세는 위대한 사람이었지만, 무한한 사람은 아니었다. 지도자는 공동체를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구원하는 이는 하나님이시다. 사명은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일하시도록 자리를 내어 드리는 것이다.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라. 그러나 하나님의 자리에 서지는 말라!”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우리가 사명의 무게에 짓눌릴 때,
모세처럼 정직하게 탄식할 용기를 주소서.
메시야 콤플렉스로 무장된 거짓 목자가 되지 않게 하소서.
우리 곁에 동역자의 얼굴로 다가오는 은혜를 보게 하소서.
맡겨진 일에 충성하되
하나님의 자리에 서지 않게 하옵소서. 아멘.
By JiChul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