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영성 (2)
BY SEONGHO CHO
II. 기독교 영성
인간 실존의 역사를 초월하는 형이상학적 특징과 역사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삶의 기억을 역설적으로 연결하는 기독교 영성의 본질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세계관과 인간론 그리고 직업에 임하는 자세를 결정하는 근원과 잣대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했다. 하나님의 영과 함께 창조된 인간에 관해 기록한 창세기 이후의 성경 내용은 후대로 갈수록 다양한 사회 변화 속에서 신학적 난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기독교적 해답을 제시했으며, 뉴노멀 사회를 겪고 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효력을 발휘하면서 세속화와 다원주의 논쟁과 맞서는 직접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앞에서 서술한 인공지능 시대의 여러 현상이 영성과 연결될 접촉점이 무엇이며, 향후 미래지향적 논의를 위해 반드시 다루어야 할 실제 과제는 무엇인지에 관한 관심은 교회 안팎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1. 역설과 융합
관계성 증진에 이바지하는 인공지능의 역할은 기독교 영성의 전통적인 속성을 연상시킨다. 영성의 본질을 4가지 사랑의 관계로 규정한 홀트의 주장이 대표적이며,1 초월과 내재/과거와 미래/시간과 공간 등 양극단의 역설적 융합을 창의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방식이 영성 안에서 구현되기 때문이다. 영성이 지니는 그와 같은 내적 원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근원적인 관계성 회복을 지향하며, 그런 이유로 포스터는 인간 안팎의 영성 훈련이 공동체에서 완성될 필요성을 기술하였다.2 즉 기독교 영성은 특정 개인 내면의 수양 차원에 머물지 않는 일상으로의 전환을 요청하는 동시에 타인들과 연합하여 생활하는 공동체 단위의 삶에서 그 완성과 결론을 추구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도래에 이은 미래 사회는 기존의 인간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모할지 예측할 수 없는 혼돈과 희망을 동시에 창출한다. 한편으로는 인간 사이의 밀접한 상호관계가 최소화되는 나노 사회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에 경험할 수 없던 역동적 요소가 신인류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통한 신세계는 그 자체로 특정한 가치 판단의 범주를 확정하지 않는다. 그것을 운용하는 주체의 의도와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말이 가능한 열린 관문이 존재할 뿐이다. 결국 관건은 다시 인류의 선택에 달려있으며, 그 갈림길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올바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는 영성에 관한 바른 이해와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맹목적이고 순진한 낙관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냉철한 통찰과 깊은 수준의 훈련 방식 그리고 순수하고 거룩한 목적이 유지된 상태, 공동체 전체 구성원의 안녕과 평화를 추구하는 영성의 본래 취지가 확립될 때만 인류의 영속적 발전에 공헌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꿈꿀 수 있다.
1. 인간 회복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적 본성으로부터 유추한 교훈을 실존적이고 역사적인 삶 속에 구현하는 기독교 영성의 논리는 하나님의 철저한 주도권을 긍정하는 방식을 통해 영적 체험의 주체인 실존 인간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격상하는 목표를 추구한다.3 이는 흔하게 발생하는 이분법적 오류와 달리, 기독교 영성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차별과 편견에 의해 희생당한 인류의 본래 존재 가치를 치유하는 궁극적 목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영성은 인간 존재를 거부하는 내세 지향적 태도나 피안적인 자세를 강변하지 않는다. 기독교 영성은 ‘지금/여기’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와 공동체의 갈등에 집중하며,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 창조 세계에 구현될 구체적이고 적절한 신학적 과정에 관심을 쏟는다.
따라서 이성과 감성을 양극화하는 분리와 단절을 기독교 영성의 가르침으로 판단하는 생각은 영성의 올바른 가치와 무관한 오해이자 무지의 처사다. 비록 유형의 다양성을 긍정하더라도, 기독교 영성은 서로 다른 이질적 요소의 보완과 공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형식을 거쳐 하나님의 초월성을 역사적 창조의 원리로 사용한다.4 그런 면에서 기독교 영성은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고도의 지식과 정보를 인간 발전의 적극적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최적화된 통로다. 이성과 감성이 병행하는 가운데 하나님과 맺은 깊은 관계성이 현실을 개혁하는 실제 원리와 동력이 될 가능성이 바로 영성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영성이 배제된 상태의 인공지능은 인간 욕구와 편의성의 극대화에 치중한 나머지 인류의 윤리적 규범을 훼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영성이 충일한 모습을 전제하는 인공지능의 유입은 하나님과 접촉하는 영적 성장의 매개를 확대하는 적절한 관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나님 없는 지상 천국을 대망하던 서구인들에게 오히려 인류 멸망의 참담한 절망감을 제공했던 과학 기술의 발전 과정을 21세기 현대인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그 역사를 거치며 하나님에게 종속된 인류의 운명이 인류의 자율을 파괴하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성취를 방해한다는 그릇된 자각 역시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삼위일체 하나님과 맺은 상호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영적 성장은 인류를 소멸하는 부작용과 역기능의 산실이 아니라, 잃어버린 인류의 본래 존재 가치를 제자리로 옮기는 유일한 창구임을 점차 상기하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인공지능 자체의 발전이 일으킬 후폭풍이 공포를 일으키지 않는다. 진정한 두려움의 대상은 하나님의 부재를 정당화하거나 신앙의 역할을 무용한 것으로 오도하는 인간의 교묘하고 야비한 비윤리성이다.
1. 공정과 평등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현대인들의 삶 속에 들어오기 시작한 현상을 가장 가까이 느끼는 세대가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이다. 정보화 사회에 일찌감치 노출된 그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기도 하며 조정당하기도 하는 등 주체와 객체의 혼합된 관계 속에 복잡하고 생기 넘치는 인공지능 시대를 향유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인공지능을 둘러싼 직업 윤리의 발생에 민감한 것은 당연한 절차이며, 그런 이유로 사회 윤리 차원에서 공정과 정의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5
이처럼 세대의 변화와 갈등에 담긴 사회적 함의를 깊이 숙고한다면, 인공지능과 영성 사이에 직업과 연관된 사회 윤리를 빼놓을 수 없으며 그중에서도 공정과 정의를 필연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영성은 진공 상태에서 벌어지는 공허한 외침이나 학자들의 학문적 토의를 위한 주제 또는 목회자들의 교회 성장을 위한 선동 구호가 아니다. 오랜 교회사 속에서 그처럼 현학적 자세는 끝없는 질타의 대상이 되었으며, 오늘날 젊은 세대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무수한 디지털 방식을 통해 기성세대의 위선과 가식을 통렬히 비판할 역량과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와 젊은 그리스도인의 장래를 보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은 인공지능 시대의 무수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공정과 평등을 강조하는 기독교 영성을 필연적으로 연결하는 체계적 훈련이다.6 어설픈 논리와 해묵은 궤변은 설 자리를 이미 잃었고, 권위적이고 가부장적 설교는 퇴출 영순위에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 시대가 몰고 온 수많은 변화가 직업을 포함한 일상 전반에 영성의 올바른 의미와 적용 가치를 되새기는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기술 문명의 급속한 발전과 2천 년 기독교 역사를 타고 흘러온 기독교 영성 사이의 연합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과학적 세계관은 전통적인 기독교 영성과 대립과 반목의 적대적 관계를 구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성은 과학 발전에 지대하게 기여하며, 그동안 잊고 있던 기독교 신앙의 본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리는 촉매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나가는 말
엄청난 기술의 진보와 문명의 발달이나 경제 구조의 급변 또는 국가 체제의 급진적 전환 시기마다 교회는 신앙과 영성의 종말이 도래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보수적 견해와 자기방어적 관점을 내세우며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오류를 자초하는 경향이 흔히 발생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의 교회 또한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경솔한 속단과 부정확한 예측은 금물이지만, 무조건적 경계심과 배타적 공격성 역시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적 본성으로부터 출발한 기독교 영성 내면에 역사를 창조하는 놀라운 힘이 내재함에도, 왜곡된 영성 이해로 인해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시대의 선구자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는 그 자체로 결정적인 윤리적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형식과 내용이 의미하는 현실의 변화를 올바로 분별하고 그를 영성의 본래 가치와 연결하는 지혜로운 기독교 신앙이 작동한다면, 인공지능의 도래는 기독교 신자의 삶에서 타성과 맹신을 몰아내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영적 훈련과 성장을 긍정하는 기독교인들의 과제는 이유 없는 공포를 극복하는 예지와 용기이며, 그로부터 하나님의 나라와 의가 더욱 진보할 구체적인 희망이 발생한다.
인공지능과 영성 (1)조성호 Ph.D.서울신학대학교 신학부 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4
1 Bradley P. Holt, Thirsty for God: A Brief History of Christian Spirituality (Minneapolis, MN: Fortress Press, 2005), 22-29. 2 포스터는 Inward Disciplies과 Ourward Disciplines으로 연결되는 영성 훈련이 Corporate Disciples에서 완성된다는 도식을 제공했다. Richrad J. Foster, Celebration of Discipline: The Path to Spiritual Growth (San Francisco: HarperColloins Publishers, 1998), 13, 77, 141. 3 조성호, “신비체험과 이성적 이해의 상호관계를 통한 미래지향적 영성 교육 가능성 탐구,” 신학과 실천 82 (2022): 257. 4 얼반 홈즈, 목회와 영성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88), 28-38. 5 조성호, “MZ세대의 특징과 미래지향적 기독교 영성 형성 연구,” 신학과 실천 79 (2022): 237-240. 6 인도 신학자 디나반두 만챌라는 팬데믹을 통해 세계사 모든 수준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분열과 분리를 겪고 있는지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설명하면서, 모든 생명의 상호 연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나반두 만챌라, “팬데믹 세계에서의 기독교 신앙의 확언과 실천: 멈추어 깊이 생각하기,” 이채인 옮김, 선교와 신학 52 (2020): 2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