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랑: 거룩이 관계 속에서 육화되다
말씀: 레위기 19장 17-18절(맥체인 성경읽기, 4월 15일, 수)
레위기 19장은 “성결법전”(레 17-26장)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너희는 거룩하라,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레 19:2)라는 선언 아래 이 장은 예배와 일상, 재판과 경제, 약자 보호와 이웃 사랑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 영역을 다룬다. 오늘 본문인 17-18절은 그 거룩이 인간의 마음과 말과 관계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워하지 말라, 견책하라, 복수하지 말라, 그리고 사랑하라. 곧 거룩은 인간관계 속에서 검증된다.
“너는 네 형제를 마음으로 미워하지 말며 네 이웃을 반드시 견책하라. 그러면 네가 그에 대하여 죄를 담당하지 아니하리라. 원수를 갚지 말려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레 19:17-18)
1. 미움의 뿌리: 마음속의 방치를 경계하다
“너는 네 형제를 마음으로 미워하지 말며”(17절) ‘미워하다’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관계를 소외시키고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마음으로”라는 표현이다. 성경은 미움을 단지 폭발한 감정으로만 보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만이 미움이 아니다. 조용한 무관심, 내면의 차단, 존재의 거부 등 이것이 성경이 먼저 경계하는 미움의 형태이다. 레위기는 행위 이전에 마음의 상태를 다룬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행동 이전에 마음, 곧 의지와 이성이 자리한 중심을 보신다.
2. 사랑의 책임: 외면하지 않고 바로 말하다
“네 이웃을 반드시 견책하라.” 여기서 ‘견책하다’는 단순한 비난이 아니다. 오히려 바로잡다, 진실하게 마주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욥기에서 욥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아뢰다(변론하다)’(욥 13:15)고 할 때 쓰인 단어이다. 이 명령이 미움 금지와 사랑 명령 사이에 놓여 있다. 견책은 미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다. 잠언은 이렇게 말씀한다: “면책은 숨은 사랑보다 나으니라”(잠 27:5). 사랑은 상대의 잘못을 보고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 없는 진실은 폭력이 되고, 진실 없는 사랑은 공허한 감상이 될 뿐이다.
3. 사랑의 용기: 복수의 회로를 끊다
“원수를 갚지 말며…” 여기서 사랑은 감상적 호의가 아니다. 그것은 복수의 회로를 끊는 영적 결단이다. 인간은 상처받으면 본능적으로 되갚고 싶어 한다. 기억은 쉽게 증오의 연료가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악순환을 멈추라고 하신다. 복수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신 32:35; 롬 12:19).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유대 랍비들은 이 계명을 토라의 대원칙이며 나머지는 주석이라고까지 말했다.
이 계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깊이 빛난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율법의 중심으로 다시 붙드셨을 뿐 아니라, 친히 그것을 몸으로 사셨다. 하나님 사랑(신 6:4)과 이웃 사랑(레 19:18)을 하나의 축으로 묶으셨다. 그리고 서로 분리할 수 없는 한쌍임을 선언하셨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 자기를 내어주기까지 사랑하셨다. 그러므로 이웃 사랑은 의무 이전에 은혜의 열매이다.
마무리하며
레위기 19장 17-18절에서 사랑은 매우 현실적이다. 사랑은 미워하지 않는 것이고, 방치하지 않는 것이며, 복수하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사랑은 상대를 나와 같은 존엄을 가진 존재로 대하는 태도이다. 이 모든 명령 끝에 하나님은 “나는 여호와이니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계명의 권위이자 근거이다. 그러므로 이웃 사랑은 인간관계의 기술이 아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을 닮아 가는 백성의 삶의 방식이다.
판단은 빠르나 이해는 더디고, 정죄는 넘치나 긍휼은 적은 시대다. 바로 이런 때에 성경은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너는 네 이웃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이웃 사랑은 하나님의 거룩이 삶 속에서 육화되는 가장 선명한 자리이다.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냉소와 미움을 보게 하소서.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정죄한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복수와 원망의 사슬을 끊게 하시고,
화해와 환대의 길을 걷게 하소서.
십자가에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닮게 하소서.
우리의 언어와 행동을 통해 거룩한 이웃 사랑이 드러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