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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와 신학 Ministry and Theology

쉼결핍 증후군과 복음

쉼결핍 증후군과 복음

충분히 쉬어도 개운하지 않고 멈추면 불안해지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죄책감이 밀려오는 사람이 있다. 몸은 쉬는데 마음은 쉬지 못하고 일정은 비었는데 영혼은 여전히 쫓긴다. 나는 이런 상태를 ‘쉼결핍 증후군’이라 부르고 싶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과로한 현대인의 피로가 아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바로 이 병을 깊이 앓고 있다. 사람들은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바쁨은 성실함으로 포장되며 쉼 없는 삶은 어느새 책임감과 성공의 증거처럼 여겨진다. 성경을 펴보면 이것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안식을 잃어버린 더 깊은 징후다.

인간은 본래 자기 성취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도록 지음받지 않았다.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고 받은 삶을 감사로 누리며 창조주를 의지하는 존재로 지음받았다. 그러나 죄는 인간을 하나님에게서 떼어 놓았고 그 결과 쉼도 함께 무너졌다. 하나님 없이 살아가려는 인간은 자기 힘으로 자기 가치를 세우려 하고 자기 성과로 자신을 확인하려 하며 심지어 자기 경건으로까지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 한다. 그래서 쉬지 못한다. 쉼을 잃은 이유는 단지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자기 자신을 붙들려 하기 때문이다. 자기 손으로 자기 삶을 지탱해야 한다고 믿는 한, 영혼은 결코 편히 눕지 못한다.

이 왜곡은 세상과 교회 안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세상에서는 일과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고 신앙 안에서는 예배와 기도와 봉사로 자신을 확인하려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본래 귀한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믿음의 열매가 아니라 자기 안정을 떠받치는 근거로 바뀔 때다. 입으로는 은혜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열심을 더 의지하면 사람은 세상에서도 지치고 교회 안에서도 지친다. 그 자리에서 신앙은 기쁨이 아니라 짐이 되고 경건은 쉼이 아니라 자기 의의 무거운 장치가 된다. 바깥에서는 성취주의에 시달리고 안에서는 행위주의에 눌리니 영혼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래서 쉼결핍 증후군의 뿌리는 단지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죄의 문제다. 죄는 우리를 단지 나쁜 행동으로만 끌고 가지 않는다. 죄는 하나님 대신 다른 것으로 나를 붙들게 만든다. 돈, 일, 성공, 인정, 비교, 심지어 종교적 열심까지도 하나님 자리를 대신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결코 영혼을 쉬게 하지 못한다. 더 많이 이루어도 불안은 남고 더 열심히 살아도 안심은 오지 않는다. 잠시 멈추기만 해도 내가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것이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비극이다.

복음은 바로 그 자리에서 전혀 다른 소식을 전한다. 복음은 지친 사람에게 잘 쉬는 기술을 가르치는 말이 아니다. 더 효율적으로 사는 법을 알려주는 조언도 아니다. 내가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절망 위에 임하는 하나님의 구원의 소식이다. 나는 나의 성취로 하나님 앞에 설 수 없고 나의 경건으로 나를 의롭다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순종하셨고 십자가에서 죄의 짐을 담당하셨으며 부활로 새 생명의 길을 여셨다. 그러므로 복음은 “더 애쓰라”는 요구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이미 이루셨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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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쉼은 시간이 많아질 때 오는 것이 아니다. 구원의 근거가 바뀔 때 온다. 나의 행위에서 그리스도로, 나의 불안에서 하나님의 약속으로, 나의 자기 증명에서 십자가의 은혜로 중심이 옮겨질 때 영혼은 비로소 내려놓기 시작한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다. 더 이상 내가 내 삶의 구원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믿음의 열매다. 오늘 우리 사회는 지쳐 있고 교회 안의 많은 신자도 함께 지쳐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니다. 하나님 안에서 누리던 안식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세련된 시간 관리가 아니다. 회개와 믿음이다. 나를 구원하려는 분주한 손을 멈추고 이미 이루신 그리스도의 은혜 앞에 서는 것이다. 쉼결핍 증후군은 단지 현대인의 피로가 아니다. 하나님에게서 멀어진 인간의 영적 징후다. 그리고 그 병을 고치는 것은 더 많은 쉼의 기술이 아니라 죄인을 참된 안식으로 부르시는 복음이다.

이영길 교수(미국 칼빈대)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76043523&fbclid=IwY2xjawRLdzZleHRuA2FlbQIxMQBzcnRjBmFwcF9pZAwzNTA2ODU1MzE3MjgAAR42cjAHasaOgQFlGBNUQav-aBed9RLov8dmsA49e_0NXqX2Ba2aGdAcBlnuhg_aem_7CF5psl1SVa0srdcQCO6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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