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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의 은혜: 지루함을 넘어 견고함으로

‘반복’의 은혜: 지루함을 넘어 견고함으로

말씀: 출애굽기 39장 1-43절(맥체인 성경읽기, 3월 27일, 금)

사람은 본능적으로 새로움을 좋아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 처음 가는 길에는 마음이 쉽게 움직인다. 반면 같은 말을 다시 듣고,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일에는 곧 피로를 느낀다. 우리는 반복을 낡음으로 여기고, 새로움만을 생명력으로 오해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전혀 다른 길을 보여 준다. 성막과 제사장 옷을 만드는 이 긴 본문은 비슷한 내용의 반복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반복 속에는 신앙을 세우는 깊은 질서가 담겨 있다.

“그들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청색 자색 홍색 실로 성소에서 섬길 때 입을 정교한 옷을 만들고 또 아론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만들었더라.”(출 39:1)

1. 반복은 말씀을 몸에 새기는 순종이다

출애굽기 39장에서 거듭 들려오는 말이 있다. 곧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1, 5, 7, 21, 26, 29, 31, 32, 42, 43 절)라는 10번 반복되는 후렴구다. 이는 단순한 서술 습관이 아니다. 본문의 중심을 붙드는 신학적 고백이다. 에봇(2-5절)과 흉패(6-13절), 겉옷과 속옷(22-29절), 금패(30-31절)를 차례로 기록한다. 이스라엘은 자기 취향대로 만들지 않았다. 자기 감각을 앞세우지도 않았다. 보여 주신 모형대로, 명하신 방식대로 하나하나 만들어 갔다. 반복은 여기서 기계적 되풀이가 아니라, 말씀을 몸으로 기억하는 순종의 방식이 된다.

2. 반복은 거룩을 지키는 삶의 질서다

오늘 말씀은 거룩이 막연한 열심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형식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여호와께 성결”(30절)이라고 새긴 금패가 제사장의 이마에 놓이기까지 수많은 반복된 망치질과 정교한 손길이 필요했다. 거룩은 재료와 손길과 시간을 통해 우리 삶 속에서 모양을 갖춘다.
그래서 형식은 진심을 가두는 감옥이 아니다. 오히려 깨지기 쉬운 진심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말씀의 질서를 따르는 반복된 일상은 우리 영혼을 즉흥적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다.

3. 반복하는 순종 끝에 축복이 머문다

마침내 모든 사역이 끝났을 때, 모세는 “명령하신 대로 되었으므로” 그들을 축복한다(43절). 하나님의 설계도와 인간의 순종이 일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안식과 축복이 임한다. 축복은 반복된 순종의 끝에 온다. 꾸준히 행한 말씀의 열매 위에 주어진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은 끝까지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신 분이다. 십자가는 단번의 충동이 아니라, 지속된 순종의 완성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영적인 반복도 공허한 되풀이가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신실하심에 참여하는 길이다. 오늘 우리가 다시 기도하고, 다시 말씀 앞에 서고,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헛된 반복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 거룩한 반복 속에서 우리를 빚으시고, 공동체를 세우시며, 마침내 축복으로 이끄신다.

마무리하며
열정은 우리를 시작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믿음을 끝까지 감내하게 하는 힘은 ‘거룩한 반복’이다. 반복은 영혼을 메마르게 하는 권태가 아니다. 영혼의 결을 단단하게 다지는 은혜의 도구이다. 오늘 마주한 우리의 일상은 바로 하나님이 우리를 거룩한 제사장으로 세워가시는 가장 치열한 성소이다.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빨리 싫증내고 쉽게 흔들리는 우리들입니다.
화려한 구호보다 ‘말씀대로‘ 행하는 순종을 더 귀히 여기게 하소서.

때론 지루하게 보이는 반복의 시간들이
실은 우리 영혼을 빚으시는 주님의 손길임을 깨닫게 하소서.

십자가로 끝까지 순종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오늘도 거룩을 빚는 은혜의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아멘.

By JiChu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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