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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만나 Early Morning QT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입니다(창 50: 15-20)

창세기 50장 15-20

용서를 구하는 일은 용서하는 일만큼 어렵습니다. 어쩌면 더 어렵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용서는 종종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지금 당장 마음이 풀리지 않아도, 하나님 앞에서 그 상처를 계속 가져가며 씨름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용서는 때로 상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묶고 있는 분노에서 서서히 풀려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내가 잘못했다”를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말 뒤에 따라붙는 두려움을 견디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창세기 50장 17절은 그 두려움의 민낯을 보여 줍니다. 아버지 야곱이 죽자 형들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요셉이 혹시 우리를 미워하여 우리가 그에게 행한 모든 악을 다 갚지나 아니할까”(50:15).

죄는 끝났는데, 죄책은 끝나지 않습니다. 죄는 사건이지만, 죄책은 내면의 시간표를 계속 지닙니다.

“너희는 이같이 요셉에게 이르라. 네 형들이 네게 악을 행하였을지라도 이제 바라건대 그들의 허물과 죄를 용서하라 하셨나니 당신 아버지의 하나님의 종들인 우리 죄를 이제 용서하소서 하매 요셉이 그들이 그에게 하는 말을 들을 때에 울었더라”(창 50:17)

형들은 오래 숨었습니다. 요셉을 팔아넘긴 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눈앞에서 요셉의 용서를 보았고(창 45장), 함께 애굽에서 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죄책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히 쌓이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미해결된 죄책감’, 혹은 ‘죄책 콤플렉스’라 부릅니다. 죄책은 은혜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정말 용서 받았을까?” 죄책은 우리를 과거의 법정에 세워 놓고, 미래까지 유죄로 예언합니다.

그래서 형들의 말은 결정적입니다. “우리 죄를 이제 용서하소서.” 그들은 사건을 불행이나 실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죄를 죄라 부릅니다. 이것이 회개의 출발입니다. 회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의 회복입니다. 또한 그들은 ‘내 죄’가 아니라 ‘우리 죄’라 말합니다.

죄가 개인의 일탈에서만 생기지 않듯이, 회개도 개인의 눈물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미워했고 함께 악행에 가담했다면, 공동체가 함께 돌아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고백에는 ‘이제’(attah: now)가 있습니다. 회개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입니다.

요셉의 반응이 아주 강렬합니다. “요셉이 그들에게 말할 때에 울었더라.” 용서는 값비싼 사랑입니다. 요셉의 울음은 그 상처가 고쳐졌다는 증거이며, 관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지입니다. 무감각은 울지 않습니다. 그 울음은 요셉의 용서가 치유받은 표지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요셉은 곧 말합니다.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리이까”(창 50:19). 심판의 자리를 하나님께 돌려드릴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요셉은 자기 인생 서사를 한 마디로 요약합니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창 50:20).

이것은 악을 선하다고 포장하는 말이 아닙니다. 악은 악입니다. 다만 하나님은 그 악이 결론을 쓰게 두지 않으셨습니다. 죄가 마지막 문장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결말을 다시 쓰신 것입니다.

이 고백은 십자가 앞에서 더 선명해집니다. 십자가는 인간의 죄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자리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선이 가장 깊게 성취된 자리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선으로 바꾸사”라는 말씀은 운명론이 아니라 바로 복음 그 자체인 것입니다. 로마서 8장 28절이 우리의 고백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기도

사랑의 하나님,

우리가 용서받았음에도 여전히 두려움 속에 머물렀습니다.

시간이 죄책을 씻어 주리라 착각하며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변명과 책임 전가를 하지 않게 하소서.

“나의 죄를 용서하소서”라고 진솔히 고백하게 하소서.

이제 우리의 상처와 눈물을 숨기지 않고 주님 앞에 드러냅니다.

십자가에서 원수를 품으신 예수님 사랑으로 우리를 두려움에서 자유로 인도하시옵소서.

예수님 귀하신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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