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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회개의 열매(출 8:15)

출애굽기 8장 15절은 회개를 다루는 본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회개처럼 보이는 거짓회개를 폭로하는 말씀입니다. 바로는 재앙 앞에서 모세를 부르고 하나님께 간구하기를 요청합니다.

겉으로 보면 그는 하나님 앞에 낮아진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재앙이 물러가고 ‘숨을 쉴 틈’이 생기자, 그는 다시 마음을 완악하게 먹습니다. 고통이 줄어들자 경건도 함께 사라집니다. 인간의 강퍅한 마음의 구조를 폭로한 것입니다. 바로가 실제로 원했던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고통의 종결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가 숨을 쉴 수 있게 됨을 보았을 때에 그의 마음을 완강하게 하여 그들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더라.”(출 8:15)

1. 바로의 간구는 왜 회개가 아니었는가 ?

바로의 태도는 언뜻 종교적으로 보입니다. 그는 재앙을 멈추기 위해 모세에게 요청하고, 잠시 양보하는 말도 합니다. 그러나 본문은 그의 움직임이 하나님께 대한 방향 전환이 아니었음을 드러냅니다. 그가 원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아니라, 재앙의 종결이었습니다.

참된 회개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잘못된 방향을 돌이키는 사건입니다. 반면 거짓 회개는 하나님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삼습니다. 바로에게 하나님은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재앙을 멈추게 하는 기능적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재앙이 끝나자 하나님도 함께 지워졌습니다. 회개 비슷한 언어는 있었지만, 중심은 여전히 바로 자기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2. 위기속 눈물인가? 평안후의 순종인가?

본문의 인상적인 표현은 ‘숨을 쉴 틈’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유예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는 그 시간을 감사와 순종의 기회로 받지 않고, 다시 자기 왕국을 회복하는 기회로 사용합니다.

우리는 보통 고난의 시간을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맞습니다. 그러나 출애굽기 8장 15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합니다. 평안의 시간도 시험입니다. 고통 중에는 누구나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편이 나아진 뒤에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위기 속 눈물보다, 평안 이후의 순종이 더 어려운 것입니다. 바로는 재앙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으나, 평안이 오자 다시 자기 왕좌로 올라갔습니다. 평안 속에서 하나님을 택하는 것이 진짜 믿음인 것입니다.

3. 주권의 자리가 누구에게 있나?

출애굽기의 긴장감은 재앙의 강도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깊은 긴장감은 하나님의 경고 => 재앙 => 멈춤 => 바로의 완악함이라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재앙이 임하고, 바로는 고통 앞에서 잠시 낮아집니다. 그러나 재앙이 물러가면 그는 다시 마음을 굳힙니다. 이 반복은 우연이 아니라 인간의 악한 죄성의 구조를 보여주는 영적 서사인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앙 자체가 바로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는 재앙을 겪을수록 하나님을 더 깊이 알기보다, 상황을 통제하는 계산에 더 익숙해진 것입니다. 반복되는 재앙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반복되는 완악함입니다. 이는 권력에 중독된 자아의 습관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거짓 회개와 참된 회개의 차이는 주권의 자리가 누구에게 있느냐에 있습니다. 거짓 회개는 여전히 내가 중심입니다. 그래서 하나님도 내 삶을 정리해 주는 조력자로만 남습니다. 참된 회개는 중심이 바뀌는 사건입니다. 내가 왕이던 자리에서 내려오고, 하나님이 나의 주님이 되시는 사건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고통이 끝나기를 원하느냐, 아니면 나를 원하느냐?”
그래서 바로의 이야기는 고대 애굽 왕의 초상인 동시에, 회개를 미루는 우리의 거울인 것입니다. 문제가 터지면 기도하고, 상황이 풀리면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아플 때는 하나님을 찾고, 낫고 나면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회개는 고통의 종료가 아니라, 하나님께로의 방향 전환입니다. 평안 속에서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 그것이 참된 회개의 열매입니다. 우리는 지금 숨을 쉬기 위하여 하나님을 이용하는가, 아니면 하나님 안에서 숨쉬고 있는가라는 도전적 질문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우리는 고통의 심연에서는 주님을 갈급하게 찾다가도,
평안의 수면 위로 올라오면 너무나 쉽게 주님을 망각하는 존재들입니다.

재앙이 멈춘 ‘숨을 쉴 틈’의 여유조차 감사와 순종보다는,
자아의 완고한 성벽을 다시 쌓는 오만의 시간으로 오용했습니다.

성령님, 이제 우리 속에 새 마음을 주소서.
평안 속에서도 주님을 경외하는 참된 회개의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By JiChu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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