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리와 800리
도산 안창호 선생이 배재학당에 입학하기 위해 미국인 선교사 앞에서 구술시험을 치렀다. 선교사가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평양에서 왔습니다.” “평양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800리쯤 됩니다.” “그런데 평양에서 공부하지 않고 왜 먼 서울까지 왔는가?”
그러자 도산이 선교사의 눈을 응시하며 반문했다. “미국은 서울에서 몇 리입니까?” “8만 리쯤 되지.” “8만 리 밖에서도 가르쳐주러 왔는데 겨우 800리 거리를 찾아오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선교사들이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서울까지 온 이유가 있듯이 자기에게도 배움을 위해 집을 떠나온 분명하고도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도산은 배재학당에 합격했다. 불과 열네 살에 당당하고 재치있게 답변을 했던 도산이 훗날 민족의 지도자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