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함-נהם과 슈브-שׁוּב
(이사야 5:4, 16)
살다보면 후회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무언가 일이 뒤틀어졌을 때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은 후회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매일 후회합니다. 작은 일에도 큰 일에도 후회하고 ‘아, 이렇게 할껄, 저렇게 할껄’ 뉘우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까지 있을까요?
그러나 후회가 항상 실패한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주저앉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결심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이때 후회는 한편으로는 자신을 위로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계획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새로운 목표로 이끌기도 합니다.
성경에 하나님도 후회하신 것이 2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땅에 악이 만연한 것을 보시고 사람 지은 것을 후회(창6:6)하시는 장면과 사울을 왕으로 세우신 것을 후회(삼상15:11)하신 장면입니다. 하나님의 ‘후회’에 사용된 히브리어는 ‘나함’입니다. ‘나함’은 원래 ‘나흐’에서 왔는데, 나흐에서 나온 사람 이름이 ‘노아’입니다. 노아는 ‘안위’ 즉 ‘위로‘의 뜻입니다.
이와 더불어 오늘 ‘포도원의 노래(Song of vineyard)’라고 불리는 남 유다의 멸망을 예언한 이사야의 노래에서도 ‘하나님의 후회’가 엿보입니다.
포도원 주인이 기름지고 비옥한 언덕에 포도원을 만들었습니다. 돌을 제거하고 땅을 파고 밭을 갈았습니다. 울타리를 세웠습니다. 가장 우수한 품종, 극상품의 포도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포도나무에는 먹을 수 없는 들포도가 열렸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포도원 울타리를 다 거두고 담을 허물어서 짐승들이 먹고 짓밟도록 한 것입니다.
”내가 내 포도원을 위하여 행한 것 외에 무엇을 더할 것이 있으랴 내가 좋은 포도 맺기를 기다렸거늘 들포도를 맺음은 어찌 됨인고“(사 5:4절) 후회의 장면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인생처럼 후회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시니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고 인생이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하지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하지 않으시랴”(민 23:19)
하나님의 ‘후회’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신 표상을 결코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후회’는 그가 ‘보시기에 좋았던’ 것이 ‘악해진’ 것에 대한 한탄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한탄’은 ‘악’을 정화하는 것이며, 다시 깨끗한 자리에 ‘보시기에 좋은’ 모습을 만들어 가시겠다는 강력한 하나님의 의지이며 약속인 것입니다.
후회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나함’(נהם)이라는 말로 ‘위로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창 24:67, 37:35, 삼하 13:39, 렘 31:15), 이전 계획을 ‘돌이키다’(슈브 שׁוּב)라는 말과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렘 4:28, 시 90:13, 출 32:12, 욘 3:9[8], 욜 2:14).
히브리어 <슈브- שׁוּב >는 “돌아가다, 돌이키다, 회개”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개>는 자책과 후회가 아니라 온 마음과 성품을 다해서 하나님께 돌이키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본문 이사야 5장에서 하나님께서 정성을 다해 돌보셨는데, 쓸모 없는 들포도를 맺은 이스라엘을 보시며 결국 포도원을 황폐하게 만드셔야만 하는 일들을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후회는 뉘우침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안타까움과 사랑의 표현입니다. 우리 혼자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고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같이 해 줄께, 내가 손 잡아 줄께, 내가 도와 줄께, 너를 안타깝게 여기는 내가 너와 함께 있다” 이것이 하나님의 후회, 안타까워 하심과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혜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죄로 인하여 영원히 멸망 당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기에, 안타까워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후회는 우리를 보시며 안타까워 하시는 하나님의 긍휼을 나타냅니다.
그 긍휼로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후회로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 안에서 ‘뜻을 정한 인생’을 살려면 때로 우리 자신에게 모질어야합니다. ‘뒤돌아서지 않갰네’하고 찬양하는 믿음의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뒤돌아서지 않겠네
이 세상 사람 날 몰라줘도
뒤돌아서지 않겠네
세상 등지고 십자가 보네
뒤돌아서지 않겠네
인생들이 하는 후회는 믿음이 없는 삶입니다. 주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시겠다고 하신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그 선택은 아버지께서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선택은 아버지의 선택 안에 있기 때문에 후회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뜻 안에 머물면 후회없는 삶을 살게됩니다. 말씀 안에서 매일 조금씩 주님의 뜻을 발견하고 따르는 것입니다.
오 주여
우리 안에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우리를 주님의 뜻으로 빚어주소서
우리를 주님의 뜻안에서 후회없는 삶을 살게 하소서
이 아침의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