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난민선교 연구
김종일 목사(터키어권선교회 대표,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I. 들어가는 말
2018년 유엔난민기구(UNHCR)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고향을 잃고 세계에서 떠도는 난민(강제 실향민)의 수는 약 7,080만 명이며, 이들 중 반 이상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출신이다.” 또, 지구촌 안에서는 매일 44,500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난민 중 누군가는 2초마다 집을 잃고 있다. 한편,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난민의 수는 총 6,850만 명이고, 그중 4,000만 명은 자국 내 피난민이며, 2,540만 명은 자국을 탈출한 난민이고, 이 중 310만 명은 난민 신청자이다. 실제로 전쟁을 포함해서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집, 재산, 가족을 포기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인근 국가로 피해 들어온 난민들에 대한 세계 각국의 보호와 도움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 이들은 살아가던 지역에서의 향후 정치,경제, 테러 등에 대한 끝없는 불안과 절망으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1951년 난민협약에서 이들의 보호에 대해 이미 약속한 바 있다.
지금 중동 이슬람권을 비롯한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이념과 종교적 갈등에 따른 충돌은 무자비한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난민들의 발생은 셀 수 없는 끔찍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뒤따른다. 어떤 지역에서는 난민 문제로 말미암아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를 초래하면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나. 마치 동전의 양면이 있는 것처럼, 이러한 난민들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소식 뒤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던 지역에서 난민들의 이동으로 말미암아 선교의 문이 열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는 부흥의 소식들도 들려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지구촌 곳곳에서 기아 문제에 대책을 마련했으며, 국내로 유입한 이주민들을 찾해서도 따듯한 마음을 보여 왔다. 이제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 고객한삶을 지속하는 난민들을 향해서도 선교적 관심을 보여 줘야 할 매우 시급하고도 절박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던 중, 2018년 6월, 예멘에서 발생한 내전을 피해서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난민 문제가 표면으로 떠 올랐다. 당시 우리 국민은 이들의 수용 여부를 놓고 찬반 여론이 들끓었으며, 지금까지도 딱히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인도적인 측면에서만 그들을 지원하고 있을 정도이며, 미온적인 태도와 반응은 여전하다.
이런 녹록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교회 선교를 대표하는 사단법인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후‘KWMA’로 지칭함)는 2018년 11월 한국선교지도자포럼을 계기로 국내로 계속 유입하고 있는 난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기 위해 전담 전문 부서로서, ‘난민선교 실행위원회(이후 ‘난민위원회’로 지칭함)’를 발족한 바 있다. 이는 그동안 해외에서 이미 커다란 정치 외교적 사안으로 자리잡은 난민 문제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며, 어느덧 우리의 이웃이 되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국교회가 이제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이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본 논문은 두 가지 면에 집중해서 연구하였는데, 하나는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난민들을 향한 올바른 성경적 관점에 대한 것으로, 특별히, 누가복음 10장 25~37절에서 예수가 비유로 설명한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웃으로서의 난민을 향해 지향해야 할올바른 자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KWMA 난민위원회의 실행 정책에 관한 것으로, 이를 통해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국내 난민들을 어떻게 섬길 수 있는지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II. 난민을 향한 다양한 관점
1. 국제법에서 보는 관점
먼저, 난민과 관련해서 국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권리와 인권을 옹호하는 적지 않은 장치가 있다. 1948년에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 제14조 제1항에는,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하여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할 권리와 그것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라고 적혀 있다. 이를 좀 더 보완해서, 1951년에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 맺어지면서 난민 보호가 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또, 1967년에는 난민 지위에 관한 의정서가 체결되면서 난민의 일반적이고도 기본적인 정의와 협약체결국의 의무 등이 만들어졌다. 10 한편, 1949년에는 난민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국제기구가 하나 설립되었는데, 바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 혹은 유엔난민기구)가 그것이다. 유엔난민기구는 각국의 정부와 유엔의 요청으로 설립되어, 난민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국제 조치와 권한을 가지고 난민의 권리와 복지 보호 활동하고 있다. 국내 대표부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짐에 따라서 국내 난민 보호 역량 강화에 이바지하고,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 사회의 옹호와 참여를 이끄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2006년 7월에 설립되었다.
2. 대한민국 법에서 보는 관점
우리나라는 1991년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하였으며, 2012년에는 출입국관리법에서 분리해서 난민법이 따로 제정되었다. 인권 국가로서 국제규범의 충실한 이행을 목적으로 제정된 우리나라의 난민법은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 또, 우리나라는 2013년 7월 1일에 발효된 아시아 최초의 독립 난민법을 가지고 있다. 돌아가면 박해당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외국인은 난민 인정 신청서를 지방 출입국·외국인 관장에 제출하여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명백히 이유가 없는 신청이라 할지라도 접수공무원이 접수단계에서 이를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신청의 접수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고, 난민 심사관의 면담과 사실조사를 거쳐 6개월 이내에 제1차 결정이 이루어진다. 출입국 항에서 신청할 때는 7일 이내에 난민 인정 심사에 넘길 것인지만 결정한다. 불인정 결정에 대해서는 30일 이내에 이의신청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있으면 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시 6개월 이내에 제2차 이의 결정이 이루어진다. 이의 결정에 대하여도 14일 이내에 제1심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제2심 고등법원, 제3심 대법원까지의 재판이 보장된다. 제3심까지의 재판은 2년 이상 걸릴 수도 있으며,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사정변경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절차가 끝나도 난민 신청을 다시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가능하다.
최근 제주 예멘 난민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난민 신청자의 권리가 거짓 난민들의 체류와 취업 수단으로 악용되고,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하므로 난민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난민협약도 탈퇴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설령 명백한 근거가 없거나 개인적인 사유로 난민 신청하더라도 접수거부나 불회부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접수된 사건은 제1차 심사, 제2차 이의 심사, 제3차 행정소송, 제4차 고등법원, 제5차 대법원을 거치는 제5단계의 난민심사가 장기간 진행되며, 같은 사건의 반복적 재신청도 가능하므로 난민이 아닌 다른 외국인들도 체류와 취업을 목적으로 난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이는, 난민법 제정 당시 난민의 생명과 인권 보호에 치중하여 남용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현재 반복적 재신청이나 명백히 근거 없고 남용하는 신청을 통제하기 위한 난민법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지나치게 저조하여 정말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귀국도 하지 못하면서 소송이나 재신청을 반복하면서 심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도 매우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세계 190개국의 최근 18년(2000~2017년) 평균난민 인정률은 29.9%, 보호율은 44.2%이다. 난민 지위에 관한 의정서’ 가입 145개국으로 좁히면, 인정률은 28.1%, 보호율은 42.5%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7개 회원국 기준으로는 인정률 24.8%, 보호율 38.0%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인정·보호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국가 간 편차가 가진 ‘평균의 함정’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인정률은 3.5%로 OECD 국가 중 35위, 보호율도 10.7%로 역시 35위로 OECD 회원국 중 거의 하위권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매우 저조한 수치를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국력이나 인권 수준에 맞게 난민 수용과 보호 수준을 좀 더 높여야 한다.
3. KWMA에서 보는 관점
현재 KWMA는 국내 주요 교단과 선교단체를 대표하는 가장 커다란 기독교 선교 협의체이다. 그러므로, KWMA가 난민을 바라보는 관점은 단연 선교이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중동에서 발발한 전쟁은 주변국으로의 수많은 난민을 발생시켰다. 수백만의 난민이 지금까지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로 피해 들어갔다. 이에 따라 수용국들은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재산, 가족, 삶의 거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나온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진 다양한 섬김과 구제 활동은 난민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소식으로 계속 연결되고 있다.
지금 KWMA 난민위원회에서는 국내로 입국한 난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행정 지원 정책으로, 난민 인정 절차상의 정보제공, 신청서 작성, 면담 및 소송에서의 법적 지원과 통, 번역 서비스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영역의 지원서비스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더 많은 공익변호사와 통, 번역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영역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법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출신국 정보 자료와 외국어 구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 한국교회와 선교단체가 파송한 많은 현직 혹은 은퇴선교사들은 여러 국가의 특수 언어가 가능한 인적 자원이다. 더구나, 난민 인정에 필수적인 출신국 정보를 갖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난민위원회는 한국교회와 협조해서 전략적 재배치를 통해 국내 난민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 실례로서, 지금 우리나라 난민 인정 심사에서는 출신국으로 돌아갈 때 박해의 위험이 예상되는지에 관한 정확하고도 폭넓은 출신국 정보(Country of Origin Information)가 매우 절실한 상황인데, 이를 위해 한국교회와 선교단체가 보유한 세계지역 정보와 시니어 선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현지의 지역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우리 정부의 난민심사 절차에 정확하고도 올바른 결과 돌출을 위해서 협력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으로부터 향후 국내 난민 인정률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기독교 개종으로 인한 핍박을 이유로 국내 난민 신청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서, 개종 여부 및 개종의 진정성을 기독교 전문가(선교사 포함)가 아닌 법무부 직원이 아무런 공조 없이 단독으로 판단하는 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부문에 이미 준비된 우리 선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정부와의 긴밀한 협업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난민선교는 현 한국교회 선교에 불씨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의 선교는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매우 절실하다. 임종표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을 위해 한국교회 선교의 운동성 회복(Restoration of Missional Movement)과 선교의 방향 정렬(Missional Alignment)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동적인 선교 운동(Dynamic Missional Movement) 차원의 전환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바로 국내 난민선교 사역이 이 동적인 선교 운동을 위한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8)더군다나, 장차 통일 한국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는 한국교회로서는 향후 북한을 통해 내려올 수도 있을 수많은 우리 동포를 받을 준비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국내 난민선교사역은 그날을 준비시키는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