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20장: 도피성
[1-6절]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여 이르라. 내가 모세로 너희에게 말한 도피성을 택정하여 부지중 오살(誤殺)한 자를 그리로 도망하게 하라. 이는 너희 중 피의 보수자를 피할 곳이니라. 그 성읍들의 하나에 도피하는 자는 그 성읍에 들어가는 문 어귀에 서서 그 성읍 장로들의 귀에 자기의 사고를 고할 것이요 그들은 그를 받아 성읍에 들여 한 곳을 주어 자기들 중에 거하게 하고 피의 보수자가 그 뒤를 따라온다 할지라도 그들은 그 살인자를 그의 손에 내어주지 말지니 이는 본래 미워함이 없이 부지중에 그 이웃을 죽였음이라. 그 살인자가 회중의 앞에 서서 재판을 받기까지나 당시 대제사장의 죽기까지 그 성읍에 거하다가 그 후에 그 살인자가 본 성읍 곧 자기가 도망하여 나온 그 성읍의 자기 집으로 돌아갈지니라.
모세의 율법과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도피성에 대한 법은 독특한 규정이다. 이 법은 출애굽기 21:13에 처음 암시되었고 민수기 35장에 자세히 규정되었고 신명기 19:1-7에도 같은 법이 다시 설명되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을 정복한 후 모세의 율법에 규정된 대로 도피성을 구별하였다.
도피성은 부지중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가 피의 보복을 피할 수 있게 한 성읍이었다. 3절에 ‘부지중 오살한 자’라는 원문은 ‘실수로(비쉐가가) 부지중(비벨리 다아스) 사람을 죽인 자’라는 뜻이다. 5절과 9절에도 같은 말이 나온다.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의 행위는 고의적으로 죽인 자의 행위와 그 성격이 다르다.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는 잘못을 하기는 한 것이지만, 사형을 시킬 만큼 악한 자는 아니다. 그런데 그로 인해 죽은 사람의 가족이 그에게 감정적인 보복을 하려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보복을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한 법이 도피성에 대한 법인 것이다.
그곳으로 피한 사람은 그 성문에서 그 성읍 장로들에게 자신의 사고에 대해 고하고 장로들은 그에게 그 성읍의 한 곳을 그에게 주어 그가 회중 앞에서 재판을 받기까지 그곳에 거하게 했다. 그 재판은 그가 본래 살던 성, 즉 그가 실수로 사람을 죽였던 그 성에서 이루어졌던 것 같다. 민수기 35:24-25는 “회중이 친 자와 피를 보수(報讎)하는[보수하려는] 자 간에 이 규례대로 판결하여 피를 보수하는[보수하려는] 자의 손에서 살인자를 건져내어 그가 피하였던 도피성으로 돌려보낼 것이요 그는 거룩한 기름 부음을 받은 대제사장의 죽기까지 거기 거할 것이니라”고 말한다. 그가 그 재판에서 그 사고가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판정되면 그는 당시의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그곳에서 어느 기간 동안 살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금고 상태와 같았다. 대제사장이 죽기 전에는 그가 그 성읍을 떠나서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만일 그가 그 성 밖으로 나갔다가 죽임을 당하면 그것은 그 자신의 책임이 될 것이다.
[7-9절] 무리가 납달리의 산지 갈릴리 게데스와 에브라임 산지의 세겜과 유다 산지의 기럇 아르바 곧 헤브론을 구별하였고 또 여리고 동 요단 저편 르우벤 지파 중에서 평지 광야의 베셀과 갓 지파 중에서 길르앗라못과 므낫세 지파 중에서 바산 골란을 택하였으니 이는 곧 이스라엘 모든 자손과 그들 중에 우거하는 객을 위하여 선정한 성읍들로서 누구든지 부지중 살인한 자로 그리로 도망하여 피의 보수자의 손에 죽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그는 회중 앞에 설 때까지 거기 있을 것이니라.
도피성의 용도로 여섯 개의 성읍들이 구별되었다. 그 성들은 요단강 동쪽에서 3개, 요단강 서쪽에서 3개이었는데, 요단강 서쪽에서는 북쪽에서부터 납달리 산지 갈릴리 게데스와 중부의 에브라임 산지의 세겜과 남부의 유다 산지의 기럇 아르바 곧 헤브론이었고, 요단강 동쪽에서는 북쪽에서부터 보면 므낫세 지파 중에서 바산 골란과 중부의 갓 지파 중에서 길르앗 라못과 남부의 르우벤 지파 중에서 평지 광야의 베셀이었다.
이 여섯 개의 성읍들은 다 레위인들이 받은 48개의 성읍들 중에 속한 것이었다(민 35:6-7). 그 성들은 요단강 동쪽과 서쪽에서 북부와 중부와 남부에 흩어져 있어서 실수로 살인한 자들이 쉽게, 빨리 피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고, 레위인들은 비교적 경건한 자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파들의 성들보다 공의로운 배려를 기대할 수 있었다. 신명기 19:8-9에 보면, 후에 영토가 더 확장되면 3개의 성읍들을 더 추가하라는 명령도 있다.
도피성은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그 경내에 우거하는 이방인들도 사용할 수 있었다. 민수기 35:15는 “이 여섯 성읍은 이스라엘 자손과 타국인과 이스라엘 중에 우거하는 자의 도피성이 되리니 무릇 그릇 살인한 자가 그리로 도피할 수 있으리라”고 규정하였다. 오늘 본문 9절도 “이는 곧 이스라엘 모든 자손과 그들 중에 우거하는 객을 위하여 선정한 성읍들로서 누구든지 부지중 살인한 자로 그리로 도망하여 피의 보수자의 손에 죽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그는 회중 앞에 설 때까지 거기 있을 것이니라”고 기록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법을 통해 이방인들에 대한 그의 배려도 증거하셨다.
도피성에 대한 법의 중요한 점은 살인에 대한 구별이다. 살인에는 두 종류가 있다. 고의적 살인이 있고 실수로 하는 살인이 있다. 이 둘은 구별해서 처벌되어야 했다. 출애굽기 21:12-14는, “사람을 쳐죽인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나 만일 사람이 계획함이 아니라 나 하나님이 사람을 그 손에 붙임이면 내가 위하여 한 곳을 정하리니 그 사람이 그리로 도망할 것이며 사람이 그 이웃을 짐짓 모살하였으면 너는 그를 내 단에서라도 잡아내려 죽일지니라”고 말했다.
민수기 35장에 보면, 고의적 살인은 예를 들어 이웃을 미워하여 손으로나 돌이나 나무나 철 연장으로 쳐서 죽인 경우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살인자는 반드시 죽이라고 명령하셨다. 왜냐하면 생명은 존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수로, 부지중 사람을 죽인 경우가 있다. 민수기 35장에는 우연히 밀치거나 우연히 돌이나 연장을 던지다가 사람을 죽인 경우를 예로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도 잘못이기는 하지만, 사형에 해당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죽은 자의 가족은 감정을 가지고 그에게 보복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살인자는 도피성으로 피할 수 있었다.
도피성에 도피한 살인자는 당시의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거기에서 거하다가 그 후에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것은 금고 상태와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유배나 귀양 같은 형벌이 아니고 하나님의 은혜로 보호함을 얻는 것이요 은신처를 가지는 것이었다.
여러 주석가들은 이 규정이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을 예표한다고 보았다.8) 대제사장의 죽음은 대제사장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예표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로 말미암는 속죄는 죄인의 죄를 씻고 그를 자유케 한다. 그 살인자의 잘못은 용서함을 얻고 이제 자유로이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피성으로 구별된 여섯 개의 성 이름도 예수 그리스도에게 적합해 보인다. 게데스(케데쉬)는 ‘거룩하다’는 뜻을 가진다. 우리의 도피성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거룩한 처소이시다. 세겜(쉐켐)은 ‘어깨’라는 뜻이다. 대제사장이 어깨에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이름을 새긴 보석을 두었듯이(출 28:9, 12),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이름을 그의 어깨에 두셨다. 헤브론은 ‘교통, 연합’이라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과 우리를 연합시키시고 교제케 하신다. 베셀(베체르)은 ‘금광석’ 혹은 ‘요새’라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보배시요 우리의 요새이시다. 라못(라모스)은 ‘고지(高地)’라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산성이시다. 골란은 아마 ‘기쁨’이라는 뜻을 가진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기쁨이시다.
도피성은 실수로 살인한 사람들의 유일한, 안전한 피난처이었다. 구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인들의 유일한, 안전한 피난처이시다(롬 8:1). 도피성은 요단강 동서쪽에 세 개씩 북부, 중부, 남부에 걸쳐 있었고 실수로 살인한 사람이 쉽게 달려가 피할 수 있는 성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인이 쉽게 달려가 피할 수 있는 구주이시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면 구원을 얻을 것이다(롬 10:13). 도피성은 이방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유대인에게나 이방인에게나 구별 없이 구주이시다(롬 3:29-30). 그러나 죄인이 도피성을 벗어나면 보호함을 잃고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면 구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도피성에 대한 법은 의미심장하다. 그 법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사람의 생명을 존중해야 할 것을 가르치셨다. 고의적 살인과 실수로 한 살인은 구별되어야 했다. 고의적 살인자는 반드시 사형을 당해야 했지만,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는 도피성으로 피신하여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다. 우리는 하나님을 본받아 사람의 생명을 귀히 여겨야 한다.
그러나 도피성은 그 이상의 깊은 뜻이 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은혜를 예표하였다고 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도피성이 되신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모든 죄를 다 용서하셨다. 그는 우리의 실수의 죄뿐 아니라, 고의적인 죄까지도 용서하셨다. 그는 모세의 살인죄를 용서하셨고 다윗의 간음죄와 살인죄를 용서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지옥 갈 우리 죄인들을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구원하셨다. 예수님은 우리의 피난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