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라는 이름의 성도“
문득 아내가 성도로 보였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여러 가지 부담과 궂은일들을 감당하며
묵묵하게 헌신하는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지치기도 할 법 한데
기꺼운 마음으로
목사인 남편을 위하여,
교인들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않고
충성을 다하는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한 소리 또 하고
별 새로울 것도 없는
귀에 익은 설교가 지겨울 법도 할 텐데
시간시간 졸지도 않고
무언가를 꼼꼼하게 적어가며
경청하는 것을 보면
천상 옥토 밭을 가진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골백번도 더 떠났을 것이고
벌써 이름조차 잊혀 졌을 법 한데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본분과 충성을 다 하는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성격 급한 내 뜻은 스펀지처럼 받아내고
자식들을 여상한 미소로
구김 없이 길러내고
기도의 자리에서
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에
눈물을 적시는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언제나 웃어주고
언제나 축복해주고
언제나 하나님이 일하시니
염려 말라 격려해주고
언제나 감사하고
언제나 밝은 면만을 바라보고
언제나 인내 하는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천성은 여리고 겁도 많은데
버거움을 순전한 믿음으로 이겨내고
웬만한 일에 눈 하나 깜짝 않고
근심 하나 없이 잠도 잘 자는
담대한 믿음을 가진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자신은 온데간데없고
주님을 위해서는 오롯이 아낌이 없으며
지나치게 솔직하여
때론 민망함이 느껴질 만큼
순진하기 그지없는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목사의 일생이
오직 주님과 맡겨주신 영혼을 위해 있다면
사모의 일생은
그 목사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기구한 소명자로 사는
그런 성도가 또 없었습니다.
교인의 헌신에는 감동을 했었지만
아내 성도의 헌신은 당연시 했으며
아내를 충성하는 교인으로만 대했더라도
얼마나 위로가 되고 행복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게 하는
아내는 그런 성도였습니다.
주님 앞에 서게 될 때
그럴 수만 있다면
내게 주어지는 면류관을 벗어서
“그간 고생 많았다”며
성도인 아내에게 씌워 주고 싶을 만큼
빛을 진 마음이 크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는
아내는 그런 성도였습니다.
부족한 목사로 인해
애정을 가지고 양육했던 교인이 떠나갈 때
차마 다 표현 못하고 눈물로 기도하는
아내의 고통이 전해질 때면 얼마나 괴로웠는지…
한동안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무거운 마음을 가져야 할 만큼
아내는 그런 성도였습니다.
나의 나 됨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요
또 한 사람 사모라는 이름의 헌신에 있음을
주저함 없이 밝힐 수 있는
아내는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성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