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고백>
丁 學 鎭
향기나는 꽃이 좋아
꽃 피우려고만 하다보니
열매로 가는 자양분이 적었습니다.
애써서 끌어들인 영양분으로
꽃을 피워 나비를 부르고
향기를 날려 벌을 초청했습니다.
언제나 내 주위에선
나비들이 떠나지 않았고
늘 화려한 봄날인 듯싶었는데
결실기에 보니 열매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찬사와 박수를 받을 때
위태한 삶의 위기를 느꼈어야 했고
녹음 짙던 청년 시절에는
영혼의 비만증을 알았어야 했는데…..
화려한 치장 속에서
벌거벗은 자신의 초라함을 보았어야만 하는데
자기과시와 헛된 삶으로 세월 보내니
속 빈 강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평생 꽃을 피워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묶고
눈요기는 많이 시켰을라쳐도
열매로 유익을 주지 못했습니다.
화려한 호텔 라운지와
웅장한 예배당 강대상 위
수많은 여인 사이에
사랑의 증표로 팔려다닐 땐 몰랐는데
막상 이렇게 시들고 보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초라하게 살더라도
무화과(無花果)처럼 살았어야 하는건데
바쁘게 지나온 봄과 여름,
무결실로 후회스런 가을,
인생의 장막 끝에서 생각하니
아, 이게 삶이 아니지 싶습니다.
이제 닥쳐올 겨울,
무슨 의미로
이 눈내리는 겨울을 버터낼 수 있을까요
꽃 피우려고만 애쓰는 아들들에게
나의 이 허허로운 고백이 들려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