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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한국 기독교)-국민일보 기사

기독교인은 비기독교인보다 스스로 보수 혹은 진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인은 비기독교인에 비해 중도층이 적고 이쪽 혹은 저쪽의 구분이 확실하다는 의미다. 선악 구분에 더 민감하고 사안을 확증하는 성향이 강하기에 같은 의제라도 사회보다 교회 안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기독교인 1000명과 비기독교인 1000명을 각각 패널 형식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를 14일 재분석했다.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의 오차범위를 보이는 조사에서 기독교인의 21.4%는 자신을 보수로 칭했다. 이는 비기독교인 17.5%보다 높은 비율이다. 스스로 진보라고 답한 기독교인도 32.0%로 비기독교인 29.5%보다 역시 높았다. 중도라는 답변은 기독교인이 46.6%로 비기독교인 53.0%보다 오차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확연히 낮았다. 상대적으로 기독교인의 정치적 입장이 완고하기 때문에 중도층이 더 적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명실 영남신대 교수는 “비기독교인은 내적 동기가 강하지 않은 데 반해, 기독교인은 선과 악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기에 선악 앞에서 결단하도록 재촉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보수와 진보를 고정된 틀로 생각하는 건 적절치 않고, 자신이 속한 진영을 지키기 위해 남을 비판해선 화해와 치유가 생겨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리스천에겐 궁극적으로 예수 안에서의 화해가 중요하다”면서 “상황에 맞춰 화해를 위해 멈추거나 정의를 위해 나아가는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접점이 거의 없는 ‘갈등 공화국’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8년 9월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가장 심각한 분야로 꼽았다. ‘매우 심하다’와 ‘약간 심하다’를 합쳐 87%를 기록했다. 뒤이어 빈곤층과 중상층(82%) 및 근로자와 고용주(76%) 간 갈등이 심하다고 답했다. 정쟁에 따른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과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빈부 및 노사 갈등이 핵심 의제인 셈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사회 갈등이 증폭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2018년 조사한 한국인 공공갈등 인식조사를 보면 전년 대비 사회 갈등이 늘었다는 응답은 52%로 2017년 같은 조사의 ‘늘었다’ 응답 23%와 견줘 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 조사에서 갈등이 줄었다는 대답은 12%뿐이었고 나머진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종교단체가 갈등을 해결할 것이란 국민의 기대는 적었다. 행정연구원의 같은 조사에서 사회통합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할 집단을 2순위까지 복수로 꼽게 한 결과 정부가 62%, 국회가 45%, 언론이 36%를 기록했다.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데도 불구하고 대의기관으로서 사회통합 역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종교단체는 4%에 그쳐 노동조합(7%)보다 기대치가 낮았다.

신앙인은 우선 교회 안에서부터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초월적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은 “먼저 교회 안에서, 평화의 초월적 토대로서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나눔, 이웃 돌보기,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랑을 실천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독교윤리를 전공한 임 총장은 “특별히 교회 공동체가 세대 간 갈등에 주목해 세대 리터러시(상호 이해와 소통)를 선행함으로써 극복 모델을 보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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