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선택–코람데오(Coram Deo)
유대민족을 5천년간 지탱해온 생활 규범인 탈무드에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키소(돈을 담는 주머니) 코소(술잔) 카소(분노) 세 가지로 설명한다.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인생의 즐거움을 어디서 찿는지 예상치못한 인격적인 모독을 당했을 때 자신의 마음을 얼마만큼 잘 다스리고 절제된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사람됨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18년의 기나긴 유배생활의 환경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조선 명종때 문신이었던 정헌공 임권선생의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즉 ‘홀로 있는 곳에서 자신을 속이지 마라’는 인생철학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서오경 ‘대학‘에서는 이를 신독(愼獨) 즉 홀로있을 때를 삼가야 한다는 뜻으로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중 하나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남들이 보는 곳에서는 남의 눈에 들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하다가 홀로 있을때는 여지없이 양심을 팔고 마음을 무너뜨리는 것이 요즘 세상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종교개혁가였던 칼빈의 일생을 지배했던 중요한 삶의 좌우명가운데 하나가 코람데오(Coram Deo)라는 말이다. 코람 데오란 라틴어로 ‘Coram’ 즉 ‘앞에’라는 뜻과 ‘Deo’ 즉 ‘하나님’을 뜻하는 두 단어가 합해져서 ‘하나님 앞에서’라는 의미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 앞에서의 명예보다 오직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 말과 행동을 분별하며 사는 삶을 의미한다. 이 말은 부패가 극에 달했던 16세기 마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가들의 슬로건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산 속 깊은 곳,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머물더라도 더욱 더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독처무자기’ ‘코람데오(Coram-Deo)’ 평생 가슴에 새겨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할 말씀들이다.
사람은 만나는 사람, 손에 든 책, 드나드는 장소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올 새해 살아 숨쉬며 사는 순간마다 사람, 책, 장소의 지혜로운 선택이 있기를 바란다. 값진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하늘비전을 이루기 때문이다.
삶이 힘겨워지고 시대가 어두워져도 겨울에도 피어나는 동백꽃과 같이 하나님을 의식하며 신앙의 절개를 지켜나가는 모습은 결국 모든 사람의 인정을 불러오며 나중까지 잘 사는 모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