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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랄케)

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어,
열매들이 온전히 무르익게 하시고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도록 그럴 것이며,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시인)

하늘

친구야 길을 가다 지치면 하늘을 봐

하늘은 바라보라고 있는 거야

사는 일은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니까

살다보면 지치기도 하겠지만

그러더라도 그러더라도 체념의

고개를 떨구지 말라고

희망마저 포기해 웃음마저

잃지 말라고

하늘은 저리 높은 곳에 있는 거야.

정녕 주저앉고 싶을 정도의 절망의

무게가 몸과 마음을

짓눌러 와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살라고

신념을 잃지 말라고 살라고

이동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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