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회의 문화는 목회자와 리더들에게 활력을 줄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함께 세워가는 동역의 기쁨을 맛보는 토대가 된다
회의실에서 하는 목회
By 차세진 목사
목회자는 예배당에서만이 아니라 회의실에서도 목회한다. 그러나 많은 목회자에게 “회의실에서하는 목회“는 부담이다.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로서 나는 총회고등교육사역부(GBHEM)에서인준받아 현재 미국 공군에서 군목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한인교회와 타인종 목회 현장에서 적지 않은 회의에 참석해 왔지만, 군대에서 경험한 회의 문화는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군에서 회의는 “좋은 논의”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결정 및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교회 회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아래에 소개하는 다섯 가지 제안은 군 회의에서 경험한 요소들을 교회 현실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개체교회 리더십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아이디어들이다.
1. 신앙의 이야기를 공적 언어로 풀어내십시오.
1. “의결”과 “운영”을 나누십시오. 회의가 산으로 가는 이유 중 하나는, 한 자리에서 “공식 의결(정당성)”과 “사역 운영(실행)”을 동시에 처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의결 안건은 절차가 중요하고, 운영 안건은 속도와 책임이 중요하다. 따라서 회의 공지부터 안건을 두 칸으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의결 안건(표결 필요): 예산 승인, 규정·정책, 공식 결의, 선출 등
– 운영 안건(표결 불필요): 일정 조정, 행사 준비, 팀 점검, 현장 문제 해결 등
즉, 의결은 규칙에 따라 처리하되, 운영은 “결정과 실행” 중심으로 짧게 정리한다. 목적이 분명해지면 회의는 자연스럽게 가벼워진다. 회의의 목적은 절차의 완수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분별하여사역을 움직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2. 회의 시간을 ‘예배 시간’처럼 지키십시오.
시간 엄수는 효율보다 존중의 문제다. 시간을 지키는 일은 곧 형제자매의 시간과 삶을 청지기로 대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공군의 구두 및 문서 소통 지침서인 “The Tongue and Quill”에서는 회의를 가능하면 1시간 이내, 한 항목은 2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필요하면 타임키퍼를 두라고 권한다. 실제 회의에서 지휘관의 브리핑이 5분을 넘지 않으며, 군목에게 주어진 나눔 시간(Devotional)도3분을 넘지 않는다. 이 원칙은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의는 시작과 동시에 종료 시간을 정해야 한다. 회의가 1시라면 1시는 도착 시간이 아니라 시작 시간이다. 끝나는 시간을 정해 놓고 회의를 시작하라. 1분이라도 넘기면 회의 진행자는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 원칙 하나만 세워도 회의의 공기가 달라진다. 시간 안에 결론을 내야 하는 공동의 목표가 정해졌으니, 발언들이 정돈되고, 경청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3. 결론을 먼저 말하십시오.
가끔 회의에 앉아 있다 보면, “그래서 결론이 뭐지?”라는 질문이 들 때가 있다. 말이 길어지는 이유는 많은 경우 배경 설명에 시간을 쏟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 결론부터 말하기(Bottom Line Up Front: BLUF)를 훈련한다. “결론 먼저 말하기”는 “핵심을 먼저 공유하자”는 말이다.
예를 들어, “제 의견은 새 신자 환영회를 주일에 하기보다는 토요일 오전에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결론). 이유는 새 신자팀의 대부분이 성가대원인데 주일에 하면 성가대 연습 시간과 시간이 겹쳐서 온전히 새 신자 환영회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근거). 토요일 오전으로 새 신자 환영회 시간을바꾸면 어떨까 합니다(요청).” 반대 의견도 같은 형식이면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 예컨대 “저는 주일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토요일 행사 때 참여율이 낮았던 기억이 있어서요. 다만 성가대 연습과 겹치는 문제는 분명하니, 주일 오후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라고 말하면, 결론과 근거, 그리고 대안이 자연스럽게 함께 담긴다. 이렇게 되면 논쟁이 아니라 의사결정이 된다.
4. 준비된 회의를 만드십시오.
회의 자리에서 자료를 처음 읽기 시작하면 토론이 아니라 설명이 된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오해가늘고, 오해가 늘수록 감정이 상한다. 해결은 단순하다. 회의 24~48시간 전에 1페이지 요약을 보낸다. 오늘 결정해야 할 것, 현황(인원·예산·일정·제약), 옵션(A/B, 장단점 1줄씩), 추천(선택) 등을제시한다. 사전 자료는 결론을 강요하는 도구가 아니라, 공통 정보를 공유해 회의를 결정 중심으로만들기 위한 도구다.
군은 ‘회의 전에 조율한다’는 문화가 매우 강하다. 실제로 회의 중 큰 수정 사항이 생기지 않도록 초안 단계에서 관련 부서들과 미리 조율하라고 권한다. 회의 전에 관련된 사역팀(예: 성가대, 방송, 친교, 교육, 재정)의 팀장들과 사전 논의를 해 두면 배경 설명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심도 있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사전 조율은 ‘결론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정보와 맥락을 미리 공유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5. 회의의 열매를 남기십시오.
회의가 끝났는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몇 사람이 모든 일을 떠안게 된다는 말이다. 사역은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가 정해질 때 비로소 움직인다. 그래서 회의 마지막 5분은 반드시 실행을 확정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무엇을 할지(Action), 누가 책임질지(Point of Contact: POC), 언제까지 할지(Due)를 명확히 정하고 회의록에 남긴다. 또한 중요한 행사 후에는 담당자가 한 페이지로 된 행사 리뷰(After Action Review: AAR)를 작성하여 “무엇이 잘 되었는가, 무엇이 어려웠는가, 다음에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회의를 마치기 전에 모든 참석자에게 짧은 마무리 발언 기회를 주도록 한다. 이는 회의실에 모인 모든 지체의 목소리를 듣는 목양적 행위다. 이렇게 명확한 실행 계획과 솔직한 성찰, 그리고 모두의 목소리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열매 있는 회의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