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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와 신학 Ministry and Theology

실버목회 네비게이션(Silver Ministry Navigation)

실버목회는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민자는 들어오지 않고 교회 내 젊은 세대는 점점 줄고 노인세대는 가속화하고 있다. <노년의 의미>의 저자 폴 토우니에는 노년의 시작을 40세로 본다. 늙어가는 것은 40부터 배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 글에서는 실버목회의 방법론이 아닌 나이 40에 시작하여 20년간을 지나는 변천 과정에서 목회 임상 일지와 같은 느낌의 단편을 나누고자 한다.

1. ‘지금 목회 괜찮은가’라고 물어보라.

노마지도는 눈 덮인 곳에서 퇴로를 잃어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 지혜로운 재상이 늙은 말을 풀어주고 그 뒤를 따르라 하였는데 그렇게 하니 마침내 대로를 찾아내어 군사가 무사히 복귀했다는 옛 사건에서 나온 말이다. 노마지도는 교과서에 나타나 있지 않다. 5년 전 프로골퍼 코치가 필자에게 건네준 원포인트 레슨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퍼팅을 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지만, 느낌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 느낌은 당신이 찾아야 합니다.” 노마지도란 방법(how to)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how you feel)의 영역이다. ‘목회를 어떻게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넘어서 ‘지금 목회 괜찮은가’라고 물어보라. 머리가 가슴까지 오는 시간이 평생 걸렸다. 한 은퇴한 성직자의 고백을 60이 넘어선 지금에서 알아가고 있다. 물론 그 느낌을 다 표현할 수도 줄 수도 없다. 교과서나 참고서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가 더 소중하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2. 전환기에 중추적 역할을 감당할 노마들을 찾아라.

하나님의 시작을 알리는 창세기부터 약속의 땅으로 진입하는 여호수아까지 하나님께서 캐스팅한 중요한 인물들은 청마나 장마가 아닌 노마들이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갈라놓은 아브라함은 75세에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하나님은 25년간 그를 다듬어가신 후에야 약속을 이루어주셨다. 이집트 탈출 작전으로 히브리인의 역사를 새로 쓴 모세는 80세에 시작했다. 그 이후 40년간의 광야 생활은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이며 생과 사를 드나드는 험난한 도전이었다. 모세의 부관 생활 40년을 거쳐 약속의 땅을 밟은 여호수아가 모세에게서 작전권을 인계받은 나이가 80세였다. 또한, 여호수아와 같은 임무를 받았으면서도 그 그늘에 가렸던 갈렙이 여호수아에게 약속에 따른 산지를 요청한 것이 85세였다. 45년 동안 묵묵한 수행은 결정적인 시간에 뛰어들 수 있는 단련과 준비 기간이었다. 갈렙은 모세를 통하여 노마지도를 보았고 광야에서 철저한 훈련을 통해 배웠다. 누가복음에만 등장하는 시므온과 안나는 아기 예수를 알아본 영적인 혜안을 가진 노마들이다. 이처럼 전환기의 역사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한 이들은 다 하나님의 노마였다. 교회 안에 노인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당신이 찾고자 하는 노마를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은총의 기회이다.

3. 성령과 깊은 사귐으로 먼저 자신을 깨워라.

이민교회 목회자들에게 평신도들이 바라는 것을 설문 조사한 결과, 그 순위는 영성과 섬김과 겸손이었다.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타오르는 영성이다. 목회는 학력이나 이력이나 경력이나 실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력으로 하는 것이다. 꾸역꾸역 연기만 나는 쏘시개로는 불을 붙일 수 없다. 갈렙은 전심으로 약속을 실행할 준비를 매일 하고 있었다. 여호수아 이외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옛 약속을 낡은 약속으로 묻어두지 않고 자신을 일깨우며 영적 근육을 단련했다. 버섯은 하룻밤 새에도 피어나지만, 영적 근육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성령의 사귐을 끊임없이 기도하며 내 안에 불을 붙여라. 누구나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 장을 스스로 쓸 수 없다. 바로 우리 목회자가 그들의 마지막 장을 써 내려갈 사람인 것을 알고 알게 하라. 8회 말 마지막 타석에 선 타자가 되든 투수가 되든 마지막 승부수라 생각하고 기도와 설교에 전력투구하라. ‘이곳에서 못하면 다른 곳이 있겠지’라는 녹슬어가는 철밥통을 던져버리고 긴박감 없는 영성은 아예 태워버려라. 그리고 불꽃 이는 영성을 가지고 마지막에 하고 싶은 설교와 목회를 지금 하라. 모세가 모압광야에서 한 마지막 설교는 임지를 떠날 때 할 설교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설교이다. 노마들의 마지막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라. 자신을 깨우지 못하면 노마를 찾을 수 없다.

4. 하나님께 올인하도록 도우라.

하나님의 노마들은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본질을 한결같이 붙잡고 있었다. 45년이란 세월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어도 갈렙은 변질하지 않고 더욱 완숙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여호수아의 기억에도 멀어질 만한 그 유효기간이 유예기간이었음을 선언한 진정한 영웅이 바로 눈앞에 선 것이다. 필자도 지난 21년 동안 열린 예배가 유행처럼 지나갈 때도 예배의 두 가지 본질, 말씀과 성례전의 두 축을 놓지 않았다. 매 주일 성찬식을 하면서 십자가의 그리스도에게 집중하게 하라. 이보다 더 힘 있는 설교가 어디에 있는가? 대부분 설교 후에 성만찬을 하는데 이 순서를 바꾸어 보라. 엠마오로 낙향하던 제자들이 주님을 알아본 것은 성만찬이었다. 성만찬은 예수를 기억하게 한다. 예수가 살아나지 않는 설교가 무슨 설교인가? 성만찬은 예배의 본질이다. 본질과 변질은 다르다. 본질을 놓치면 변질하고 만다. 본질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하다 보면 변화가 된다. 결심이 결단으로 옮겨져야 결실이 있다. 은퇴 마을에는 은퇴한 이들만 있다. 그래서 은퇴 장로, 은퇴 권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신앙에 무슨 은퇴가 있는가! 은퇴는 세상적으로는 유효기간을 가리키나 신앙적으로는 유예기간(the grace period)이다. 이제 남은 시간에 하나님께 올인하도록 도우라.

5. 노마들의 모멘트를 무브먼트로 이어지게 하라.

교회가 15년을 맞이하던 해에 은퇴 장로님들을 중심으로 아웃리치를 위한 선교기획위원회와 장학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선교위원회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으로 여기며 위원들이 500달러의 연회비를 내서 기본선교비를 조성하고 태국, 과테말라, 몽골에서 단기선교를 체험했다. 특히 3년 전에 한인연합감리교회의 선교구로 지정된 몽골에 몽골선교회 일원이 되어 카이로스 센터를 건립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았다. 또한, 울란바토르에서 6시간 떨어진 시골에 주택을 사서 새 교회를 시작하다가 그 건물이 낡아, 20주년 기념으로 몽골 유르교회 새 성전 건축을 시작했다. 6만 6천 달러의 건축비를 보낸 새 성전은 6월 중순에 준공되어 오는 9월에 헌당예배를 드리게 된다. ‘하루 일 달러의 기적’을 내걸고 일사분기마다 마지막 주일을 선교주일로 정하고 선교헌금을 계속하고 있다. 장학위원회 또한 500달러의 연회비를 기본 장학기금으로 하며 현재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자신이 장학혜택을 받은 이들로 구성하여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최종 장학금 수혜자를 선정한다. 매년 장학기금 모금 골프대회를 개최하는데 메이저 후원자들이 협력해서 만 달러 정도의 장학기금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은 노마들이 말씀으로 모멘트를 찾고 무브먼트로 이어진 사례들이다.(라구나힐스 KUMC 림학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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