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목사의 방향성과 공공성
BY STEVE KIM
들어가며: 경계 위에 선 목회자가 오늘 다시 묻는 질문
디아스포라 목사는 늘 ‘사이’에 서 있다. 고향과 이곳 사이, 모국어와 영어 사이, 전통과 변화 사이. 교인들의 역사를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지역 사회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디아스포라 목회의 자리는 단순히 설교하고 행정을 관리하는 역할이 아니다. 그것은 경계 위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이자 사명이다.
그동안 디아스포라 목사의 방향성은 공동체를 보호하는 역할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신앙을 지키고, 문화를 보존하며, 다음 세대를 잃지 않도록 붙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목회자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넘어 “우리는 이 사회 안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이 질문은 부담이 아니라 소명이다. 디아스포라 목사는 단지 교회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적 공간에서 신앙을 번역하는 사람이다.
디아스포라 목사는 경계 위에 서 있는 존재다. 불안정해 보이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사회와 교회를 잇는 가능성이 태어난다.
1. 신앙의 이야기를 공적 언어로 풀어내라.
교회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신앙의 서사가 쌓여 있다. 목회자는 그 기억을 알고 있고, 종종 설교 속에 담아낸다. 그러나 공공적 리더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기억을 공동체 안에서만 순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하는 것이다. 설교 안에서 이민의 경험을 개인의 간증으로만 다루지 말고, 사회적 현실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출애굽 이야기를 설교할 때 이민자의 정체성과 연결하고, 그것을 오늘의 이주 노동 문제나 인종 문제로 신중하게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교회 안에 “이야기 나눔의 장”을 정기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세대 간 대화 모임,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삶을 경청하는 자리, 혹은 지역 사회 인사를 초청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말이다. 목회자는 그 자리를 안전하게 설계하고, 서로가 존중받는 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2. 개인적 돌봄을 넘어 함께 책임지는 공동체를 세우라.
목사는 위기 상황에 가장 먼저 호출되는 사람이다. 병원, 이민 문제, 가족 갈등, 경제적 어려움. 돌봄은 목회의 본질이다. 그러나 공공성은 돌봄을 개인적 차원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디아스포라 목회자는 질문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서 나아가 “이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예를 들어, 교인들이 인종 차별을 경험한다면 개인적 위로에 그치지 않고, 교회 차원의 교육이나 대화 모임을 조직할 수 있다. 지역 교회들과 연합하여 인종 정의 관련 포럼을 열거나, 지역 교육청이나 시청과의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현재 필자가 인도하고 있는 한인목회강화위원회의 인종정의팀 사역 중 교육, 순례, 웨비나, 대화 모임은 단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동체가 사회적 책임을 배우는 훈련의 장이다. 목회자는 그 과정을 설계하고, 신학적으로 해석하며, 공동체를 이끌 이유와 책임을 가진 존재다.
3. 신앙을 성찰하는 질문의 공간을 열라.
오늘의 세대는 교회가 정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함께 고민해 주기를 기대한다. 디아스포라 목사의 방향성은 신앙을 교리로만 전달하는 데 머물 수 없다. 신앙을 삶과 연결하는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설교 후 대화 모임을 시도할 수 있다. 설교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그 주제가 우리의 지역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나누는 자리다. 소그룹으로 사회적 이슈를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는 독서 모임이나 스터디를 열 수 있다. 목회자는 모든 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전하게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 공간 안에서 신앙은 두려움이 아니라 성찰의 언어가 될 수 있다.
4. 세대와 문화를 잇는 다리를 놓아라.
디아스포라 목사는 종종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의 긴장 사이에 서 있다. 이 위치는 피하고 싶은 자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가 공공적 교회의 핵심이다. 목회자는 세대 간 대화 모임을 주도할 수 있다. 1세대의 신앙 경험과 2세대의 정체성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다. 또한 다양한 인종 간의 대화 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 다인종 다문화 목회라는 상황 자체가 이러한 만남을 가능하게 하며, 목회자는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열고 이끌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인종과 문화의 교회와 공동 예배나 연합 기도회를 시도할 수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가치를 찾는 경험은 목회자의 용기에서 시작된다. 다리를 놓는 역할은 중립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듣게 하고, 공존의 언어를 훈련하는 적극적 역할이다.
5. 교회의 희망을 구조화하라.
교회는 생존의 압박을 늘 안고 있다. 재정, 출석, 다음 세대. 그러나 이제 디아스포라 목회자는 생존을 넘어 비전을 말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 리더들과 함께 장기적 비전 모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라. “우리가 10년 후 이 지역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은가?”를 묻는 자리다. 어린이, 청소년, 청장년과 노년들을 비전 수립 과정에 참여시키고, 교회 밖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한다.
예를 들어 인종 정의 사역을 교회 안에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성경공부, 포럼, 스터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 식탁 공동체나 기도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함께 희망을 설계해야 한다. 여기서 목회자는 프로그램 관리자가 아니라 방향 제시자다.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구조화하는 사람이다.
나가며: 경계 위에서 그리고 성령의 바람 안에서
디아스포라 목사의 위치는 경계 위에 서 있는 존재이다. 불안정해 보이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사회와 교회를 잇는 가능성이 태어난다. 공공성은 바로 사회와 교회를 잇는 가능성에서 시작되며 목회자의 정체성이나 책임을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과 책임을 더 깊게 단련하는 과정이다.
목회자는 설교를 통해, 대화를 통해, 관계를 통해, 작은 결단을 통해 공동체의 방향을 형성한다. 이야기를 연결하고, 책임을 조직하고, 질문을 훈련하며, 다리를 놓고, 희망을 설계하는 존재. 그것이 오늘 디아스포라 목사에게 요청되는 바가 아닐까? 경계 위에 선 목회자는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이미 현장 곳곳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다. 마치 성령의 바람이 어디로 불지 모르듯.
English – The Direction and Public Role of the Diaspora Pastor
김영동 목사 Cheshire United Methodist Church, C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