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간 자리
살다 보면
붙잡아야 할 것보다
놓아주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한때는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도
계절처럼 멀어지고,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꿈도
어느 날은 낡은 사진처럼
조용히 기억 속에 내려앉는다.
그러나 인생은
잃어버린 것들의 합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견뎌낸 시간만큼 깊어지고,
상처받은 날들만큼 너그러워지며,
울음을 삼킨 밤만큼
타인의 눈물을 알아보게 되는 것.
그래서 이제는
화려하게 피는 꽃보다
오래도록 향기를 잃지 않는 꽃이고 싶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대단한 사람으로 남기보다
힘들었던 어느 날,
문득 생각나는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인생이란 결국
얼마나 높이 올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사랑했고,
얼마나 진실하게 살아냈느냐의 문제이기에.
오늘도 바람은 지나가고
시간은 말없이 흘러가지만,
나는 믿는다.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아직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끝내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바로 그 순간이라는 것을.




